경기도의 한 공립중학교 교사인 이아무개씨는 최근 4살짜리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위한 ‘스승의 날 선물’ 때문에 고민이다. 이씨는 “정작 공립학교 교사인 나는 김영란법 때문에 커피 한 잔도 받을 수 없는 처지지만, 그렇다고 스승의 날에 어린 딸을 빈손으로 보내긴 애매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다른 엄마들은 스타벅스나 올리브영 기프트카드 정도가 좋다고 하던데, 원장 선생님과 옆 반 선생님들까지 다 챙기려니 부담이 좀 되긴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올해도 엄마들의 고민은 반복되고 있다. 유치원·초·중·고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이 원천적으로 금지됐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는 사립어린이집과 학원 선생님들의 선물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를 놓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11일 포털 네이버의 대형 ‘맘카페’에 ‘스승의 날’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하루 수백개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어린이집과 학원 선생님들에게 어떤 선물을, 어느 범위까지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 글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워킹맘 박아무개씨는 “큰 애 학교에선 ‘스승의 날에 일체의 선물을 준비하지 말아달라’는 안내가 왔지만,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그런 안내가 없었다”며 “학교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더 어린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하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쿠키와 과일청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내 아이를 맡겼다’는 고마움과 ‘혹시 차별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선물을 준비하는 범위’를 둘러싼 치열한 고민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엄마들의 설명이다. 5살 짜리 아이를 키우는 조아무개씨는 “어린이집의 경우, 내 아이 보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뿐 아니라 옆 반 선생님, 간식과 식사를 준비해주는 주방 이모님, 등·하원을 도와주는 기사님까지 챙기는 김에 다 챙기는 게 좋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며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고마운 마음도 큰 데다 그렇게라도 해야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뿐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학원 선생님들을 챙기는 학부모도 많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 숫자가 많을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연령 아이들의 사교육이 크게 늘면서 엄마들 부담은 해마다 늘고 있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키우는 류아무개씨는 “방문 학습지 선생님,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영어학원까지 두 아이의 학원 선생님들을 챙기려니 8명이나 돼 부담이 크다”며 “중학생 아이가 있는 친구 말로는 과외 선생님한테는 선물 예산이 훨씬 커진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작 학교 선생님들한테는 손편지가 전부인데, 학원이나 학습지 선생님을 챙기고 있으니 뭔가 좀 뒤바뀌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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