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세수가 잘 안 걷히고 있는 현상은 곧 국민들에게 돌아갈 (소득)재분배가 줄어든다는 뜻이다.”(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근혜 정부 시절 3년 연속 세수결손 때 ‘강제 재정 불용(당초 예산에 편성된 재정지출액을 도중에 쓰지 않는 일)’ 조처는 청년인턴제 예산 삭감 등 주로 민생예산을 줄이는 식으로 이뤄졌다.”(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두 의원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한테 질의할 때 한 말이다. 올해 1∼3월 국세 수입은 87조1천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조원이나 줄었다. 세수 부족 추이와 대규모 재정지출 불용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국가 재정운용(올해 재정지출 총예산 638조7천억원) 행위는 국민경제 전체로 생산·소득·소비·투자·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경제적 소득계층별로 차별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국가가 돈을 쓰는 재정지출은 도로건설처럼 모든 소득계층이 다같이 수혜를 입는 총공급·총수요 진작 목적의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흔히 묘사된다. 그러나 세입-세출의 기반과 구조로 보면 소득·고용 열위계층에게 더 많은 수혜를 제공하는 ‘국가의 일’이기도 하다. 과세는 ‘거위를 울지 않게 하면서 더 많은 깃털을 뽑아내는 기술’이라지만 거위는 과세할 근로·사업·자산·금융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고소득계층이고, 근로소득세 면세자(704만명·2021년) 비율이 35.3%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서 의원의 말은 세수 부족사태에 따른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 취약화’를 지적한 셈이다. 나아가 진 의원이 우려하듯, 세수 부족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재정 불용은 취약계층한테 부정적 영향이 집중되는 방식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올해부터 5년간 반도체부문에서만 13조원의 법인세수 감소(장혜영 정의당 의원 추정)를 초래할 거라는 국가전략시설 투자세액공제같은 대규모 감세 정책도 ‘확장 재정’ 정책에 속한다는 주장도 있다. 걷어야할 세금을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마치 재정을 푼 것과 같은 효과(조세 지출)를 낸다는 것인데, 하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은 ‘납세 고소득층의 가처분 부를 더욱 늘려주는’ 팽창 지출이다. 거위한테서 깃털을 덜 뽑아내는 것이니 저소득계층에게 재분배해줄 재원이 줄어 취약계층에게는 ‘실질적인 소득 감소’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요컨대 소득불평등을 더 악화시킨 감세로 훗날에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일관되게 관통할 재정운용 방향은 ‘건전재정’이다. 이전 정부의 확장재정을 ‘불건전 재정’으로 규정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건전재정을 표방한 터라 이번 세수 결손 사태에도 기왕의 감세정책을 되돌려 세제를 정상화(세입기반 확충)하는 방식의 돌파구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예산 집행관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기금(총 68개 연기금)에서 융통 가능한 재원을 최대한 동원해 대응”(추 부총리)하겠다는 태도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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