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당선, 튀르키예 신용등급 하향·외국인자금 유출 우려”

국제금융센터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 결과 및 평가’ 보고서

지난 2월 강진이 휩쓸고 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시의 한 생존자가 대선을 앞둔 11일 임시 텐트에 내걸린 에르도안 대통령의 포스터 앞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가운데 국제금융센터는 튀르키예 경제난이 지속되고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등에 따른 신뢰 저하로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외환보유액 및 금융자산 가치 추가 저하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29일 국제금융센터는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 결과 및 평가’ 보고서에서 현 정권의 완화적 통화·재정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튀르키예 경제난의 주 요인인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말까지 40%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성장률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7%로 중앙은행 목표치(5%)를 크게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튀르키예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6%에서 올해 2.7%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지난 4월)했고, 시장 컨센서스는 이보다 더 낮은 2.6%(24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 중간값)다. 또 뚜렷한 경제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5%를 웃돌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올해 지디피 대비 -4.0% 예상)가 지속되면서 해외자금 의존도 및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튀르키예의 경제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등에 따른 신뢰 저하로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외환보유액 및 금융자산 가치 추가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3월31일 튀르키예 지진 피해 비용과 통제되지 않는 물가 상황 등을 지적하며 튀르키예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B, 안정적→부정적)한 바 있어 추후 강등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센터는 전망했다.

2주 전 1차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이며 선두로 오르자 튀르키예 주가지수는 하루새 -6.1%,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0.5% 저하되고 국가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137bp까지 상승했다. 이번 대선 결과 이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옵션 트레이더들은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현재 19리라에서 올해 4분기에 29리라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54%로 추정하고 있다.

센터는 “이번 선거 결과로 튀르키예 경제·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고조되며 신흥국 성장 전망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 집권 과정에서 일부 친시장적 기조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