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을 뺀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부채 의존도는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영업 수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 비중도 35%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 분석 결과’(속보)를 보면,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 국내 기업 3만129곳의 지난해 수익성과 안정성 지표는 전년보다 대부분 나빠졌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평균 5.3%로, 2021년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세전 기준 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5.2%로 하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영업이익률 기준 5.6%→5.5%)보다 대기업(7.2%→5.3%) 수익성 하락폭이 더 컸다. 이성한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판매가격 하락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확대로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주요 경영지표 추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안정성(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 총액으로 나눈 비율인 부채비율은 102.4%로, 전년 말(101%)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외감기업 경영 분석 조사 대상을 확대한 2013년 이후 2014년(106.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기업이 확보한 전체 자금(자본총액) 가운데 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27.6%에서 28.2%로 0.6%포인트 상승했다. 통계 개편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28.3%)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기업들이 늘어난 원가 부담과 이익 감소에 따른 운전자금 부족을 차입금으로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은 전체 평균 455.4%였다. 2021년 654%보다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의 비중은 35.1%로, 전년(34.1%)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외형 성장 지표는 특정 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전체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6.9%로 전년(17.7%)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에서는 석유정제·코크스(66.9%)와 전기장비(18.4%), 자동차(15.2%)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돋보였다. 비제조업은 전기가스업(18.5%)과 운수·창고업(14.5%)의 강한 성장으로 전체 평균 매출 증가율이 전년 15.3%에서 17.5%로 높아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매출 증가율은 2021년 18.6%에서 지난해 18.1%로 소폭 떨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14.5%에서 12.3%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성한 팀장은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해 성장성만큼은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