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지난 수십년간 중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은 중국 내부 민간부문투자였는데 지난해에 민간투자가 성장을 멈춘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오히려 소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최근 중국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22일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이 ‘중국경제 둔화 전망과 미-중 디커플링의 전략적 함의’를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에서 연사로 참여한 니콜라스 라디(Nicholas Lardy)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전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은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두고 “미국의 대중국 경제제재 강화뿐 아니라, 지난 30년간 중국경제 고성장을 주도해온 민간부문이 중국 당국의 정치적 규제로 인해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년에 시진핑 주석이 경제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표방하며 민간부문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한 결과 민간부문 투자가 점차 위축돼왔으며, “특히 지난해 초부터는 매우 급격히 약화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가 10%가량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투자(제조업·인프라·부동산개발투자 등 고정자산투자)는 지난해 0.9%(전년 대비) 성장에 그친데 이어 올해 1~5월은 전년동기대비 -0.1%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 우리 수출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리오프닝 효과를 별로 얻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중국의 민간투자 부진이 꼽혀왔다.
그는 또 “중국 경제가 여전히 향후 10년간 연 6~7%의 성장을 달성할 잠재력이 있지만 이런 대내외적 부정적 여건이 지속되면 향후 4~5년간 연 3~4% 성장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와 연쇄 회담을 진행한 데 대해 라디 선임연구원은 “양국간 긴장 관계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한 뒤, “제이크 설리번 등 미 고위 인사들의 대중국 발언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등으로 다소 순화(톤 다운)되는 조짐이 있지만, 미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대중국 반도체·수퍼컴퓨터·인공지능(AI)·바이오테크 등 첨단기술 수출을 제약하는 근본적인 정책에는 변화가 없고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정부의 중국기업 규제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은 기존 400여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700여개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공급망이기 때문에 생산거점을 다변화할 수는 있어도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까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의 제조업 기반이 여전히 작고, 공급망 측면에서도 중국을 대체할만 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