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국외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항 이용료는 그대로인데 항공요금은 치솟아 산업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회가 지난 12일 낸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공항과 항공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왜 공항협의회가 항공사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일까.
25일 국제공항협의회(ACI)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회의 자료를 보면, 이들은 최근 아시아·태평양의 항공 요금 연구결과를 근거로 “공항 이용료는 펜데믹 이후 그대로 유지되는데, 주요 항공사들의 항공 요금은 펜데믹 이전 이상으로 치솟아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플레어 에비에이션 컨설팅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위 10개 시장의 약 3만6000개 노선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국제선 운임은 최대 50%까지 늘어난 반면 국내선 운임은 10% 미만의 인상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공항협의회(ACI)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 누리집 갈무리
이사회는 “항공요금이 가장 많이 인상된 시장은 인도(40.9%)로 아랍에미리트(33.5%), 싱가포르(29.5%), 오스트레일리아(22.6%)가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자료를 보면 한국 시장은 4.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조사 대상 10개 국가 중 7번째다. 한국보다 요금 인상폭이 적은 나라는 일본(3.7%), 인도네시아(1.6%), 중국(0.6%)이었다. 조사는 2019년 4분기 요금과 2022년 4분기 요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사회는 2023년 1분기 교통량이 증가했음에도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일본 등 일부 시장의 국내선 항공 요금이 계속 상승했고, 국제선 노선 요금은 소폭 감소했다고 짚었다.
이사회도 “유류비가 2019년보다 2022년에 76% 상승했고,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도 평균 10% 상승하면서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며 항공요금이 오른 데 유류비와 물가상승이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항공요금 인상이 업계에 위축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파노 바론치 국제공항협의회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총장은 “과도한 항공요금은 항공 업계의 장기적인 회복을 위협하고 항공 여행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관련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항공사들이 가격 결정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공항협의회 이사회가 이런 자료를 낸 것은 공항 운영사들이 코로나19는 물론 이후에도 적자를 계속 기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최근 몇몇 국제 항공사가 기록적인 수익을 낸 것을 주목할 만하다”며 “공항은 승객 감소와 지속적인 재정 손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항공사 파트너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