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국내 수출 제조업의 40% 이상이 이미 수출 애로를 겪고 있거나 올 하반기 이후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6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수출 비중이 큰 제조업체 343곳을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업체의 21.6%가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올 하반기 이후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 업체 비중은 41.4%였다. 이번 조사에서 예시로 열거된 정책은,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반도체지원법(Chips Act), 핵심원자재법(CRMA) 등이다.
이런 정책들로 이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들을 산업별로 보면, 정보기기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2차전지, 반도체 등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 향후 부정적 영향을 예상한 업체 비중은 정보기기(99.3%)·반도체(96.5%)·철강(95.8%)·2차전지(94.6%) 등에서 90%를 넘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84.4%)과 기계류(62.5%)에서도 응답률이 높았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들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과반수 이상의 업체가 ‘현지생산을 당장 늘리기 어려운 여건’을 1순위로 꼽았다.
미·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비하고 있거나 대비 예정이라는 응답한 업체 비중은 34.3%로 나타났으며, 대비할 필요성이 없다는 응답률도 30.3%나 됐다. 또 대기업은 대비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으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이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별도의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대응·대비책으로는 ‘현지생산 확대’(45.5%)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탄소 저감 기술 도입’(25.8%), ‘수출국 다변화’(15.2%), ‘중간재 부품 수입국 다변화’(6.1%) 등의 차례였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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