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장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2015년 중단됐던 한·일 통화 스와프가 100억달러 규모로 8년 만에 재개된다. 한·일 관계 회복에 따라 양국 간 금융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한·일 재무 장관들은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중국으로의 공급망 쏠림, 북한 안보 문제 등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9일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을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날 추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2015년 이후 중단된 한·일 통화 스와프를 8년 만에 다시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5년 2월 만기연장 없이 종료됐던 당시와 같은 미국 달러화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앞으로 한국은 100억달러 상당의 원화를 일본이 보유한 100억달러와 교환할 수 있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2001년 20억달러 규모로 시작해 2008년 금융위기 때 300억달러,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7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그 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며 2015년 2월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계약이 종료됐다.
이번 합의로 한국의 대외 통화 스와프 체결 규모는 총 10건, 1482억달러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미 달러화를 조달할 수 있는 스와프 계약은 일본, 아세안+3(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및 한·중·일) 국가들과 맺은 다자간 통화 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384억달러)가 있다.
이번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는 경제적 필요성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짙다. 한국의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210억달러(약 554조원)로 세계 9위(4월말 기준)에 달하며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초반으로 안정세를 되찾아서다. 추 부총리는 “이번 한·일 통화 스와프는 한·미·일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시장 경제 선진국들 간의 외화 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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