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중국 특수에 중독돼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경제 상황과 기업 환경’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중국의 부상이 우리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늦추고, 산업 구조가 더 높은 단계로 가야할 시간을 늦췄다”며 “최근 대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한 미-중 갈등 그 이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강연에서, 대다수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가면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줄면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중국 수요와 저임금 특수를 누리면서 제조업 비중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지난 10년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중국이 우리를 쫓아올 것이란 생각을 못 하고,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지 않으며 안주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단기적인 거시경제 안정과 인플레이션 등은 한은이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구조조정을 위해 사회의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바뀔 때가 됐다”고 짚었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 같고, 중국 경제는 불확실하다”고 봤다. 또한 “반도체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 거냐가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라”며 “통화정책이 냉탕·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 거시정책의 틀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로 물가와 가계부채를 꼽았다. 물가는 “기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갈지 확신이 없다”고 했고, 가계부채는 “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다시 늘어나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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