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아파트 단지에서 시범운행 중인 자율주행 배달로봇 모습. 과기정통부 제공
지난해 8월 한 기업이 계단도 지나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개발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시범 운행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은 로봇이 보행도로나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또 배달로봇은 카메라로 주변을 찍으며 다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은 불특정 다수 보행자의 동의 없이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 경찰청,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협의해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시범 운행을 해볼 수 있도록 2년간 특례를 부여했다.
지난해 말 한 기업이 자율주행트럭을 개발해 수도권과 영남권의 물류센터를 연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해당 구간이 여러 시·도에 걸쳐있다보니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에서 규정하는대로 시범운행지구를 설정하기 어려웠다. 이에 국토부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기업이 제출한 모든 구간에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2년간 특례를 부여했다.
2019년 1월 도입된 규제샌드박스 누적 승인건수가 1천건을 돌파했다. 금융위원회가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혁신금융 분야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15건을 승인하면서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규제샌드박스 승인 1천건 돌파는 이 제도가 신산업 분야의 대표적 규제혁파 제도로 안착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규제샌드박스는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등 신기술 기반의 혁신사업이 현행 규제에 막혀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을 해결해주는 제도이다.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시장에서 검증해보게 한 뒤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해당 규제를 과감히 없애준다. 정보기술(ICT)융합, 산업융합, 규제자유특구, 혁신금융, 스마트도시, 연구개발특구 등 6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도입 첫 해인 2019년에 195건, 2020년 209건, 2021년과 2022년 각각 228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19일까지 150건이 승인돼 1천건을 돌파했다.
정부는 지난 4년 사이 규제샌드박스 승인기업들이 18조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매출은 6천억원 증가했으며, 1만4천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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