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값을 기존 1.5%에서 1.4%로 낮춰잡았다. 반도체와 수출 회복 지연 등을 반영해서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국 중심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이엠에프는 25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업데이트’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값을 지난 4월 제시한 1.5%에서 1.4%로 0.1%포인트 내렸다. 이는 기획재정부·한국은행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이 기구는 지난해 7월부터 5차례에 걸쳐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했다.
이는 반도체, 수출 회복 지연과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이엠에프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값을 기존 2.8%에서 3%로 0.2%포인트 높였다.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 재개로 각국의 외식·관광 등 서비스업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여서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값을 1.8%로 이전보다 0.2%포인트 상향하고, 유로존과 일본도 각각 0.9%, 1.4%로 0.1%포인트씩 올려잡았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만성적인 저성장 속에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일본 수준에 그치리라는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아이엠에프의 시선이 180도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아이엠에프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해결되지 않은 부동산 문제로 (중국 경제의) 회복이 느려질 수 있고 국경을 넘어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경제 재개 이후 강력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재개와 성장이 다른 지역에 긍정적인 여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던 것과 딴판이다. 다만 중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값은 기존 5.2%, 4.5%로 유지했다.
아이엠에프는 세계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과 같은 3%로 제시했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값도 2.4%로 유지했다. 세계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지난해 8.7%에서 올해 6.8%, 내년 5.2%로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지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도 내년에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의 엘니뇨 등 기후 악화,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파기 등이 상품·식량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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