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지표가 7월에 이어 8월에도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전산업 업황지수가 71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3포인트(p) 떨어졌다. 올해 1~2월 69로 출발한 전산업 업황지수는 6월에 76까지 상승해 장기평균(77)에 다가가는 듯했다가 7월 2포인트 하락에 이어 두 달째 떨어지고 있다. 한달 뒤 경기에 대한 전망지수는 7월(73)과 같았지만 역시 장기평균(79) 수준은 훨씬 밑도는 상황이다. 경기실사지수는 기준값(100)을 웃돌면 경기 ‘좋음’ 응답이 ‘나쁨’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아래면 그 반대이다.
8월 제조업 업황지수는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67로, 지난 2월(63)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에서도 대기업(-2포인트)보다 중소기업(-8포인트)의 업황지수가 더 많이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전달보다 8포인트 떨어졌고, 철강 등 1차금속(-12포인트)과 화학업(-8포인트)의 낙폭도 컸다. 반도체는 수요와 가격 회복 지연, 1차금속과 화학은 중국의 수요 부진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진 게 체감경기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수출 회복 지연 등으로 주력 산업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전자, 정보통신 업종에서 반도체 설비나 기판 제조 분야의 중소기업 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8월 비제조업의 업황지수(75)는 전달 대비 1포인트 떨어져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내 여행 수요 감소 등으로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1포인트)의 업황지수가 많이 떨어졌고,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8포인트)과 건설업(-3포인트)도 체감경기가 악화했다. 한은의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법인 3255곳을 대상으로 진행해 2654곳으로부터 받은 응답으로 산출한 것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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