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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상반기 부진을 씻어내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 경기 흐름을 기대한 정부 예측이 무색하다. 늘어나는 부채 탓에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데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마저 취약해진 탓에 정부의 하반기 경기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7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 기준)은 전월보다 0.7% 줄었다. 산업 생산은 지난 4월(-1.3%·전월 대비) 감소한 이후 5월(0.7%)과 6월(0.0%) 증가 또는 보합을 보인 바 있다. 3개월 만에 다시 생산이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2.0%) 부문이 전체 생산지표를 끌어내렸다. 특히 전체 제조업 생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이 2.3%나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방향을 바꿨다.

소비와 투자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소비는 전월보다 3.2% 감소했다. 감소폭은 2020년 7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크다. 승용차 등 내구재(-5.1%)는 물론 의복 등 준내구재(-3.6%),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1%)까지 모두 감소했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에 따라 가계의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전방위적으로 소비 위축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설비투자 감소폭은 더 크다. 전월보다 8.9% 감소했다. 유럽 부채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3월(-12.6%)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자동차 등 운송 장비 투자가 22.4% 감소하며 전체 투자지표를 끌어내렸다. 기계류 투자 역시 3.6% 줄었다.

정부는 여름철 기상 악화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같은 일시적 요인에 무게를 실은 해석을 내놨다. 통계청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6월 승용차 판매가 늘었지만 7월에는 감소했다”며 “법인 승용차 구매는 설비투자로 잡히는 터라 소비·투자 지표에 모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한달 숫자로 (경기 흐름을) 평가할 순 없다.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는 큰 흐름에선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좀더 정부가 경기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시적 요인을 제거한 뒤 따져봐도 경기 흐름 악화는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법인 승용차 판매 감소 효과를 제거한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감소폭은 여전히 3.8%에 이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시적인 요인을 제거해도 경기적인 요인이 분명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투자가 3% 넘게 줄었다는 건 기업들이 향후 경기 상황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