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를 발표 현장. 한국은행 제공
올 2분기(4∼6월) 한국 경제는 0.6% 성장했으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7% 감소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세수 부족 영향으로 정부소비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 7월25일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2분기에는 투자·소비·수출이 모두 저조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 덕에 1분기(0.3%)에 이어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를 제외하고는 전분기보다 모두 감소했다. 특히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수혜를 중심으로 2.1%나 줄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분기(-2.3%) 이후 26년여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설비·건설·지식재산생산물 투자를 모두 포함하는 정부의 총투자 또한 1.3% 줄어들면서 1분기(-8.8%)에 이어 부진했다.
‘0.6%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1.4%포인트)과 설비투자(0.1%포인트)만 성장에 기여를 했다. 반면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각각 0.1%포인트, 정부소비는 0.4%포인트씩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전체 정부 지출(소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1분기 -0.3%포인트에 이어 2분기 -0.5%포인트로 더 떨어졌다.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은 직전 분기보다 0.7% 줄었다. 명목 국민총소득과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도 0.2% 감소해,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성장세를 멈췄다.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이 감소한 것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의 감소에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이 확대된 영향이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우리나라 국민이 국외에서 얻은 소득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가져간 소득의 차액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익금 불산입 제도(해외에서 번 이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제도)가 시행돼 배당 유입이 늘면서 1분기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역대 최대였는데, 2분기에도 많았지만 기저효과로 직전 분기보다는 줄었다. 또한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이 원유 등 수입품 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바람에 무역손실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보다 최종소비지출(-0.4%)이 더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2분기 총저축률은 33.5%로,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