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고공행진하면서 앞으로는 불황형 흑자마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35억8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5월(19억3천만달러), 6월(58만7천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다.
구성 요소 중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경상수지를 견인했다. 상품수지(수출액-수입액)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8% 감소한 504억3천만달러였던 반면에, 수입액이 22.7% 감소한 461억5천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42억8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을 웃돌면서 흑자를 냈다.
품목별 통관 기준 수출입을 살펴보면, 수출은 승용차가 전년 동월 대비 15.7% 증가했지만, 석유제품(-41.8%), 반도체(-33.8%) 등은 감소했다.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가격이 7월 중에 하락하면서 가스(-51.2%), 석유제품(-40.9%) 등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이 35.7% 줄었다.
한은은 수출이 회복세에 있으므로 ‘불황형 흑자’가 곧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7월 수출(통관 기준)은 회복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4분기엔 수출 증감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가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며 “당연히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에 경제가 좋다고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둔화했다가 회복하는 상황이지 불황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월별로 비교했을 때 올해 들어 7월에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흑자 규모를 웃돈 점도 강조했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에 전년 동기(17억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파르게 다시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는 변수다. 최근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등으로 배럴당 90달러(브렌트유·두바이유 기준)를 넘겼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전제한 하반기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84달러 수준이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뛰면 수입액 감소세가 둔화해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축소될 수 있다.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는 커녕 적자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동원 부장은 “7월1일부터 9월5일까지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84달러 내외로, 지금까지는 국제유가 상승이 상품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가파른 유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상품수지를 줄이는 요인으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경상수지 내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각각 25억3천만달러 적자, 29억2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국외로 나가는 수요가 많은 휴가철 등의 영향으로 여행수지가 14억3천만달러 적자를 냈다. 본원소득수지는 전달(48억5천만달러)보다는 흑자 규모가 줄었다. 이동원 부장은 “상반기 배당수입 규모가 워낙 컸어서 상반기 대비로는 하반기에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주요 자회사의 배당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