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가동되는 아샬림 태양광 발전소. 이 발전소는 컴퓨터로 조정되는 5만600개의 일광 반사 장치와 발전 타워를 통해 121㎿ 용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12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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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의 주력 공장(충북 음성·진천) 평균 가동률이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 2021년 2분기 99.9%의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94.7%)로 하락한 뒤 올해 들어선 90% 선마저 무너졌다. 지난 2분기 평균 가동률은 88%로 1분기에 견줘서 6%포인트나 주저앉았다. 회사 쪽은 가동률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추세적 하락세에 접어들 지 우려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14일 한겨레에 “국내 태양광 시장이 축소되면서 모듈 수요가 줄고 있다”고만 말했다. 최근 음성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중단하는 조처도 단행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대가 주춤하고 중국산 저가 태양광 설비의 시장 침투가 지속되면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고 있다. 정부 정책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극적인 탓에 국내 태양광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축소되는 흐름이다. 수출입은행 자료를 보면,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2021년 4.2기가와트(GW)에서 지난해 3.0기가와트로 줄었다. 2023년 전망도 올초 3.0기가와트에서 2.5기가와트로 더 줄었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 약화가 시장 축소 이유로 꼽힌다. 현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또 100㎾(킬로와트)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 제도를 폐지(일몰)했다. 이 제도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20년 동안 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제도다. 5년간 한시 운영하기로 했는데 연장 없이 지난 7월 끝냈다. 여기에다 500MW(메가와트) 이상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토록 강제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개편도 정부는 검토 중이다. 한 태양광 설비 시공업자는 “고정가격계약을 하면 20년 동안 수익이 일정 정도 보장되니 투자를 위한 은행 대출이 용이했는데, 우대 제도 등이 사라지니 대출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나라들은 에너지 안보와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해,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와 투자세액공제 등으로 태양광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낮췄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42.5%로 높이기로 한 유럽연합(EU)도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통해 태양광 등 탄소중립 기술 제조역량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강화했다.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국외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 조지아주에 내년까지 25억달러(약 3조2천억원)를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에이치디(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미국·유럽 사업 확대 전략을 고심 중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증권사 재생에너지 전문 연구원은 “해외 진출 역량이 되는 대기업들은 외국으로 나가도 대부분의 중견·중소 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 정책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아르이100(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대응하는 등 무역 장벽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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