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케이(K)-2 전차 훈련 모습. 육군 페이스북 갈무리
최대 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방산기업들의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의 연내 체결이 물 건너갈 전망이다. 무기 수출을 위해선 정부의 금융 지원이 필수적인데, 지원 여력 확충이 어려워져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에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은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체결하기 어렵다”며 “민간 기업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건전성 규제 완화를 실무선에서 부담스러워하고 은행 자본 확충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앞서 지난해 7월과 10월 한국 방위산업체 기업들과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로 구매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케이(K)2 전차, 케이(K)9 자주포, 에프에이(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전체 무기 구매량과 예산 규모 등을 정한 일종의 사전 합의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방산업체들은 폴란드 쪽과 지난해 8∼11월 구체적인 무기 수출 수량과 판매액을 확정하는 1차 무기 공급사업 실행계약을 맺었다. 총 17조원 규모다.
이어 방산업계는 올해 안으로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한국에서 생산한 무기 위주의 1차 계약 물량 외에 추가로 무기 20조∼30조원어치를 폴란드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폴란드 정부에 팔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2차 계약 대상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들어 있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무기 수출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통상 건설·플랜트·방산 등 우리 기업의 수주액이 거액인 해외 사업에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출·보증·보험 등 수출금융을 지원한다. 수출입은행이 폴란드 정부에 무기 구매자금을 직접 빌려주거나 대출 보증을 서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수출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입은행의 방산 지원 여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다. 현행 수출입은행법 시행령은 은행의 특정 대출자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특정인 또는 특정 기업에 대출·보증을 몰아줬다가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는 걸 막기 위한 규제다.
수출입은행의 올해 7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18조4천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폴란드 정부에 지원할 수 있는 수출금융 지원액이 7조3600억원으로 제한된다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은 이미 17조원 규모 1차 무기 수출 실행 계약을 위해 폴란드 정부에 각각 6조원씩을 지원하는 방안을 무역보험공사와 협의 중이다. 이를 제외한 수출입은행의 폴란드 추가 지원 가능액은 1조원을 약간 넘는다.
폴란드 수출금융을 확대하려면 은행 자본금을 확충하거나, 자기자본의 40%로 제한된 신용 공여 규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민간기업 특혜라는 논란을 낳을 수 있고, 법상 자본금 한도(15조원) 증액을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 2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우리 정부와 폴란드 재무부 간 협의에서도 “금융 지원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돈이 들어가기보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다룰 사안”이라며 “수출입은행 자본 확충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과 실제 현물·현금 출자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일러야 내년에나 방산 수출 2차 계약의 수출금융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강국인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최근 유럽연합(EU)도 현지에 생산한 무기 구매를 지원하는 법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업계에선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