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참여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월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제공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주요 경쟁국에 견줘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분야는 비슷한 수준이나 자동차 분야는 하위권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5일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 연구개발(R&D) 현황 분석 및 성과 제고 방안’을 보면, 연구개발 투자 규모 상위 2500개 글로벌 기업(2021년 기준) 중 국내 기업 수는 53개로 전체의 2.1%(9위)를 차지했다. 2500개 기업의 국가별 분포는 미국이 822개(32.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678개), 일본(233개), 독일(114개), 영국(95개), 대만(84개) 등의 순이었다.
연구개발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에 속한 국내 기업 수는 2013년 80개(8위)에서 큰 폭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 수는 199개에서 678개로 3배 이상 늘었고, 미국 기업 수는 804개에서 822개로 소폭 증가했다.
2500개 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3.5%(9위)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스위스(8.1%)가 가장 높았고, 이어 미국(7.8%), 독일(4.9%), 일본(3.9%), 네덜란드(4.6%), 중국(3.6%), 대만(3.6%)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상위 2500개 기업 중 각각 6위와 57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각각 17위(8.1%)와 14위(9.6%)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9.6%), 대만 티에스엠시(TSMC·7.9%)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위권은 미국 퀄컴(21.4%)과 엔비디아(19.6%), 대만 미디어텍(19.2%) 등 팹리스(설계전문) 기업들이 차지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는 2.6%로 12위, 기아는 0.9%로 13위에 올랐다. 독일 보쉬가 8.0%로 가장 높았고 이어 폭스바겐(독일·6.2%), 제너럴모터스(미국·6.2%), 베엠베(BMW·독일·6.2%)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 재원 중 기업 비중은 76.1%에 이르며, 나머지는 정부(22.8%), 대학(1.1%) 등이다. 무협은 “대기업에 불리한 연구개발 세제와 고급인력의 부족 등이 우리나라의 기업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한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5위인 반면, 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율은 31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장은 “대기업에 대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율을 높여 대·중소기업 간 세제지원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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