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상수지가 8월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5월 이후 넉달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원유 등 원자재 수입액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8월 경상수지는 48억1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경상수지는 4월까지 누적으로 42억1천만달러 적자를 냈다가 5월부터는 4개월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4개월 연속 흑자는 지난해 4∼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9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36억6천만달러)보다 53.6% 감소했다.
8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가 50억6천만달러 흑자를 내 지난해 3월(55억7천만달러)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3월까지 6개월째 적자를 이어가다 4월 이후에는 5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의 경우 상품수출은 537억5천만달러로 집계돼 전년동월 대비 6.5%(37억1천만달러) 줄었지만, 수입은 감소율(21%)과 감소액(129억1천만달러)이 수출보다 훨씬 더 커 수지 흑자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원유 등 에너지류의 수입은 7월에 이어 8월(통관기준 -41.7%, -81억5천만달러)에도 40%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흑자 확대에 기여했다.
8월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7월(-25억3천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줄었다. 8월에 국외 출국이 전달보다 줄어든 반면에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온 외국인 여행객은 늘어 여행수지(-11억4천만달러) 적자가 2억9천만달러 감소하고,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연구개발서비스와 전문·컨설팅서비스 등 ‘기타사업서비스수지’(-2억6천만달러)가 한달 만에 7억5천만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 9억달러 흑자를 낸 운송수지는 5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임금과 배당·이자 소득의 유출입 흐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14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달(29억2천만달러)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국외 투자법인 배당금 유입은 주춤한 가운데 국내 외국인 기업에게 주는 분기 배당이 증가한 게 본원소득수지 축소 이유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기업의 국외 배당수입에 대한 면세 혜택이 시행되면서 8월까지 누적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238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억6천만달러)보다 115.9%(128억2천만달러)나 증가했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연말까지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9월 통관기준 무역수치가 잘 나왔고 국외 출국자수도 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수지와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술적으로 9월~12월 월평균 40억달러 흑자를 내면 한은이 제시한 올해 245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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