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9월 말 주택담보대출이 8월 말보다 2조8591억원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8일 서울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담대 증가폭은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가장 컸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를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인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시장금리마저 오르는 터라 대출금리는 더 상승할 공산이 크다. 신용도가 낮은 계층의 돈 가뭄이 심해지고 기존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지고 있다.
11일 케이비(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혼합금리형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대출금리는 코픽스 등 기본금리와 여기에 붙는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이 은행은 신잔액코픽스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가산금리 조정은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오는 13일부터 종전보다 0.1~0.3%포인트 가산금리를 올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판매한다. 하나은행은 한발 앞서 지난 1일부터 일부 대출 상품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조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 상품의 상품별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했다”고 말했다. 금리감면율 축소는 가산금리 인상 효과를 낸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도 가산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상 계획이 있다. 시점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일제히 가산금리 조정에 나선 까닭은 지난 4월부터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들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앞다퉈 낸 바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가산금리 하향 조정을 압박하던 것과는 달라진 정책당국의 태도다. 대출 문턱을 높이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누그러질 수 있다.
대출금리는 더 뛸 가능성이 있다. 대출 기본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 예로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으로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 AAA, 5개 평가사 평균) 금리는 이달 4일 연 3%대에서 4%대로 올라섰다. 한달에 한번씩 공시되는 코픽스 금리는 오는 16일 발표된다. 기본금리 상승은 신규 대출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키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은 상환 능력이 낮은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진행되거나 소비가 줄 수 있다.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달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2조4천억원이라는 점을 공개하며, “한편으로는 가계부채(의 위험을) 이야기하고 또 한편에서는 서민 취약계층 이야기한다. 그걸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정책당국의 고민)”라며 “가계대출 총량은 어느 정도 규제를 하고 서민 취약계층, 일반 서민들이 6억원 정도 되는 집을 사는 것에 대한 지원은 계속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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