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가깝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말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다.
이 말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이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추 부총리에게 물었다.
“지금의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 공제’는 반도체 대기업들의 투자에 아무 대가 없이 조 단위 세금을 감면하는 정책일 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전략기술은 기업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법으로 정한 기술의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때 일반보다 높은 세금 감면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기재부는 연초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2배 가까이 높였다. 1조원을 투자하면 투자액의 15%인 1500억원을 법인세에서 빼준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3∼9월 기업들이 세금 감면을 위해 정부 심의위원회에 제출한 국가전략기술 심의 신청 건수는 모두 27건, 투자액은 22조9077억원이다. 이중 반도체가 15건, 22조1823억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96.8%를 차지한다.
장 의원은 이 통계를 근거로 들며 지적한다. “이 공제 혜택은 모두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돌아갑니다. 투자 공제 제도가 반도체와 그 외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늘리는 효과는 거의 없고, 단순히 반도체 대기업들이 이미 예정했던 투자에 어떤 조건이나 사회적 의무 부여 없이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겁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나 마찬가지’라는 추 부총리 발언은 이 지적에 반박하면서 나왔다. 삼성전자가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 공제의 최대 수혜를 입으면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 약 567만명(올해 6월 말 기준)은 물론, 삼성전자 지분 6.3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에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셈이다.
물론 추 부총리 발언은 틀렸다.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보험으로. 고객 보험료로 투자한 특별 계정(0.17%)을 제외한 보통주 지분율이 8.51%다. 최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특수 관계인인 홍라희·이재용·이서현 등을 더한 지분율은 20.73%로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할 때마다 그 핵심 배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꼽히는 까닭이다.
추 부총리의 ‘과장’은 대기업 지원을 통한 낙수효과라는 정책 기조를 방어하고 두둔하려는 과도한 의욕에서 비롯한 것으로 읽힌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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