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은 30일 보고서를 내어,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를 갖는 시기를 미루는 여성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 30∼34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어난 일차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0대 여성들이 과거보다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비중이 높아진 배경에는 아이를 낳은 여성의 비중이 감소하는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녀양육이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을 발목잡는 주요인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펴낸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배경’ 보고서에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는 해당 연령대의 유자녀 여성 비중 감소에 밀접하게 연동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출산·육아 탓에 경제활동 참여가 저조했던 30대 여성은 2019년에 40∼64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추월했다. 30대 남성과의 경활참가율 격차도 극적으로 축소돼, 1975년생이 30살일 당시 40.6%포인트에서, 1993년이 30살인 올해 7.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보고서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에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와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중 감소’ 등 두 요인이 기여한 정도를 파악했다. 먼저 2017년에 30∼34살이던 1983∼1987년생과 2022년 30∼34살인 1988∼1992년생을 비교·분석한 결과, 두 집단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폭(66.2%→75.0%·8.8%포인트) 중 ‘자녀가 있는 여성 비중의 감소’의 기여도가 60%(5.3%포인트)를 차지했다.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의 기여도는 3.9%포인트였고, 그외 기타 요인은 -0.4%포인트로 나타났다.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를 갖는 시기를 미루는 여성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 30∼34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어난 1차 요인인 셈이다.
1975년생이 30살일 당시 남여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40.6%포인트에서, 1993년이 30살인 현재 7.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KDI 제공.
같은 방식으로 여성 35∼39살을 분석한 결과 경활참가율(2017년→2022년)은 2.5%포인트 확대됐는데,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중 감소’의 기여도는 2.6%포인트로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의 기여도(3.9%포인트)에는 못 미쳤다. 그외 기타 요인은 -4.0%포인트였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동향총괄은 “35∼39살 분석에서 나온 기여도 2.6%포인트도 작은 숫자는 아니”라며 “30대 전반에서 유사한 경향성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긍정적 효과를 내지만,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져 생산가능인구와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이런 경향이 장기화하면 경제성장 둔화, 연금재정·정부재정 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김 총괄은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여건이 과거보다는 상당 폭 개선됐지만 자녀양육은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낮추는 주요 요인”이라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양립을 지원하는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고,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가족 형성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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