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규제 들어가자, ‘유럽은 돈 내라’ 메타…한국에선?

페이스북 로고. AP 연합

메타가 유럽연합(EU) 지역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나섰다. 유럽연합이 표적 광고(맞춤형 광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행태에 규제를 가하자, 광고를 제거한 유료 버전 도입으로 응수한 모양새다.

메타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행위에 대해 우리나라 규제당국도 연이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메타가 관련 조치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메타가 ‘돈을 내라’는 식으로 대응할지 우려가 나온다.

메타는 30일(현지시각) 블로그를 통해 “유럽연합(EU), 유럽경제지역(EEA), 스위스에 새로운 옵션을 도입한다”며 “11월부터 이 지역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자는 광고와 함께 서비스를 무료로 계속 사용하거나, 광고가 없는 요금제의 옵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되는 유료 서비스 요금은 웹사이트 기준 월 9.99유로(11달러·1만4850원), 안드로이드 및 아이오에스(IOS) 스마트폰에서는 월 12.99유로(14달러·1만8900원)다. 구독 서비스 이용자는 광고 없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고, 이들 데이터는 광고에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메타는 설명했다. 18살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메타는 “해당 요금은 이용자와 연결된 모든 계정에 적용되지만, 내년 3월부터는 이용자가 계정을 추가할 때마다 웹에서는 월 6유로, 앱에서는 월 8유로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메타 유럽본부가 있는 아일랜드의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을 대표해 메타에 12억유로(1조7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유럽연합은 무차별 수집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내는 메타에 제재를 이어왔다. 메타는 이용자 온라인 활동 정보 등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형식인 맞춤형 광고로 매출의 90% 이상을 채우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 지역을 대상으로 한 메타의 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6일 서울행정법원은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67억원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개인정보보호위는 2020년 11월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이용자 동의 없이 최소 33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다른 사업자에게 넘긴 사실을 확인해, 시정·공표 명령과 함께 과징금 67억원을 부과했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메타가 그동안 불법적으로 쌓아놓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향후 보호 조치를 수립한 뒤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표적 광고 안 할 테니 돈을 내라’는 건 이용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 성의 없는 대응”이라며 “유료 서비스 도입으로 인한 이용자 감소 효과를 따지는 등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상 전략적 판단을 한다고 볼 때, 향후 규제 당국으로부터 꾸준히 시정요구 압박을 받으면 메타가 유료 서비스로 대응할 수 있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메타의 한국법인인 메타코리아는 “유료 구독 서비스는 유럽연합 회원국만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