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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수소산업 성장-탄소중립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수소경제 산다

등록 2023-11-06 10:00수정 2023-11-06 11:45

4회 에너지정의포럼-수소경제 토론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하는 제4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정의포럼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개최한 ‘수소경제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상무보,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박진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청정수소 피디(PD), 손정락 카이스트 교수,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공영곤 한수원 수소융복합처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하는 제4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정의포럼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개최한 ‘수소경제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상무보,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박진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청정수소 피디(PD), 손정락 카이스트 교수,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공영곤 한수원 수소융복합처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다. 2050년 탄소중립(탄소순배출 제로) 달성과 안정적 에너지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또 미래 신산업 창출 가능성도 커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수소시장은 아직 미성숙 단계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는 청정수소의 핵심이지만 국내 생산원가가 너무 높아 물량 확대가 쉽지 않다. 수소 기술 수준도 미국·유럽연합에 비해 20~25% 뒤떨어져 있다 . 미래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 투자 우선순위 결정과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 현실 제약과 미래 가능성의 간극 속에서 적절한 정책 수립과 사회적 공감대 확보 노력이 긴요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이봉현)이 주관한 ‘제4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개최한 ‘수소경제 현황과 정책과제’ 토론회에 국내 학계·전문가·경제계·시민환경단체·공기업·정부를 망라한 수소경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였다. 토론회에서는 수소경제의 정책 목표와 관련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무탄소 청정수소 생산 주력론과, 초기단계인 수소산업의 성장 우선론 간에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정부가 준비 중인 ‘청정수소 인증제’의 적용 대상과 관련해서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인 블루수소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느냐를 놓고 이상과 현실의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원전을 이용해 ‘핑크수소’를 생산해서,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환원제철(HyREX)을 추진 중인 포스코에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도 주목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축사를 하고,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수소경제 현황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종합토론에는 손정락 카이스트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박진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청정수소 피디(경일대 교수),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상무보,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 공영곤 한국수력원자력 수소융복합처장, 정민규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과 팀장이 참여했다.

■ NDC 전후 정책방향 변화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정부가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2021년 발표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간에 아찔할 정도로 정책기조의 급선회가 일어나면서 정책 시그널 혼동, (민간) 투자계획 지연·철회를 유발했다”면서 정책의 안정적인 지속 필요성(정책 일관성)을 강조했다. 민간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은 사례로는 중대형 수소 생산기지 사업 좌초 가능성, 정유사 수소부문 투자 유보 고민 등이 꼽혔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또 수소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수소 활용산업에서 정부 주도 시장형성과 확대를 통한 수소 수요 창출에 방점을 두었다. 2021년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은 비전을 ‘수소경제 전주기 생태계 구축으로 청정수소경제 선도’로 바꾸었다. 또 정부 주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거나 적은 그린수소 같은 청정수소 중심의 공급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수소 활용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 석탄·가스발전에 수소 또는 암모니아를 섞는 혼소발전이나, 아예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수소 전소발전이 강조됐다.

박진남 청정수소 피디는 “수소경제의 목표가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 산업 육성 중심에서 2020년 10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발표(2050년 넷제로 달성 선언) 이후 탄소중립 기여로 바뀐 것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를 이용한 청정수소 생산은 재생에너지 이용의 어려움, 생산자-사용자 간 수소생산 단가의 괴리 등으로 시장 활성화에 난점이 많다”며 “현시점에서는 전세계 최고 수준의 보급률에 도달한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 같은 수송용 수소 활용과, 저가의 청정수소 또는 청정 암모니아를 (석탄·가스와 섞어서 사용하는) 발전용 수소 활용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제4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이 개최한 수소경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제4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이 개최한 수소경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청정수소 인증제 이슈로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또 “(수소경제는) 이상에 기반한 장기계획보다 현실을 고려한 중단기 계획을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 이상에 기반한 장기계획에 매몰되면 청정수소 공급의 가용성과 경제성 확보 가능성이 낮은 현실을 간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정수소 인증제와 관련해 “강화된 인증기준을 적용하면 중단기적으로 청정수소 공급 자체가 가능할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부생·추출수소(그레이수소)에 의존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기저 공급원 기능을 부여하고 지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수소만 청정수소로 인정하고,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수소 생산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탄소배출량 기준으로 인증제를 도입해 수소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청정수소 범위를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뿐만 아니라 그레이수소에 탄소포집·활용·저장 장치를 붙여 탄소배출을 줄인 블루수소까지 넓힐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민규 팀장은 “국내 그레이수소 생태계는 이미 연간 200만톤이 유통될 정도로 구축되어 있고, 향후 과제는 청정수소 생태계로의 전환인데, 이는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며 “이달 중에 열리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수소차 보급확대 방안 등이 발표될 예정인데, 오늘 논의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주도 VS 시장 주도 이견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정부 주도 수소경제에서 점차 시장 주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주체인 민간의 관점에서 정책·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의사결정 구조도 기존의 관과 환경시민단체 중심에서 기업·산업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역할은 투자 여건·인프라 조성을 통한 마중물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좌장인 손정락 교수도 “수소경제를 위해 정부 역할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만기 무협 상근부회장은 축사에서 “수소경제는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어렵다”며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을 포괄하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수소 관련 산업과 발전 분야에서도 정부가 구매자와 공급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곤 처장은 “청정수소 확보한 관련된 여러 정책이 시장논리로만 흐르면 국내생산보다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개발 등 장기적 관점에서 중심을 잡고 정부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한수원 같은 공기업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남 피디는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의 목표 수치들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및 실행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청정수소 허브 70억달러), 유럽(청정수소 입찰시장 30억유로), 일본(향후 15년간 민관 합동으로 15조엔 투자) 등 선진국들은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준 원장도 “주요 선진국들은 수소산업을 통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경쟁력은 주요국보다 미흡하고 핵심 원천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 핑크수소-포스코 연계 아이디어

그린수소는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든다. 정부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그린수소 25만톤을 생산하려면 현재 설치된 태양광 설비용량(7GW)보다 1.4배 이상의 추가 설비용량(10GW)이 필요하다. 한수원은 청정수소 확보가 쉽지 않은 국내 상황을 고려해서 원전을 활용한 핑크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탈탄소를 위한 수소환원제철에 대규모 수소가 필요한 포스코도 핑크수소 활용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무탄소’ 청정수소 값비싸 공급 한계

미래 지향과 현실 사이 접점 찾아야

청정수소 인증제 적용범위도 이견

원전 이용 ‘핑크수소’, 포스코 공급안 눈길

공영곤 한수원 처장은 “그린·블루수소의 한계 속에서 국내 청정수소 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무탄소 전원에 가까운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을 생각할 수 있다”며 “원자력 수소는 24시간 안정적으로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생산비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의 3분의 1 이하로 낮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병행으로 인한 전력계통 불안정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상무보는 “포스코는 철강생산공정에 쓰이는 환원제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친환경공법인 수소환원제철로의 단계적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국가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원전을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해 수소환원제철에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단일 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2026년 유럽의 탄소국경세(CBAM) 시행 예정 등 탄소배출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있어 탈탄소 생산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렵다.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을 위해서는 연간 500만톤 규모의 막대한 수소(자체 발전용 포함)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청정수소 생산은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만약 국내에서 수소 공급이 원활치 않으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할 처지이다. 경제계에서는 비용 측면만 고려하면 제철소를 아예 해외로 이전하는 게 가장 돈이 적게 든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탄소중립과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의 경쟁력 유지 등을 모두 고려한 종합대책이 필요한데, 원전 수소를 특정 업체에 싸게 공급할 경우 특혜론도 제기될 수 있다.

손정락 교수는 “경북 울진의 원전에서 생산한 수소를 인접지역인 포항의 포스코에 공급해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특혜 논란 가능성도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는 “수소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시장보다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내 산업의 수요 총족이 보다 중요하다”며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데, 유럽에서 이미 몇년 전에 수소환원제철 실증을 시작했는데, 우리는 주저하다가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 열쇳말

• 그린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수소
• 블루수소: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데,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수소
• 그레이수소: 화석연료에서 추출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수반하는 수소
• 핑크수소: 원전을 이용해 생산하는 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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