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온라인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재무장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종료’를 예상하고 있는 시장을 향해 “주장이 과장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기대가 성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머스 교수는 고물가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을 앞장서 내놔 ‘선견지명’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서머스 교수는 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온라인 화상 대담을 갖고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움직이지 않을 수(정책금리 동결)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고, 경제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에서 연준이 한번 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은 통화정책이 매우 긴축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세를 고려해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 부채 확대 등과 관련된 기대를 반영한다”며 “이 경우 (연준이) 단기 금리(정책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저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현재 시장의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의 재정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높은 금리로 이어지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연준은 지난 1일(현지시각) 미 10년물 국채 금리 오름세가 ‘긴축 효과’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미 장기물 국채 금리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정부 재정 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치솟은 바 있다. 회의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기대감이 부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우리가 단기 금리를 결정하는 자율성이 있음에도 우리의 금리가 미국의 (국채) 수익률 곡선과 함께 상당히 상승했다. 금리 동조화와 미국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한국이 안고 있는 골칫거리”라는 고민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한국의 중립금리가 하락하는 반면, 미국의 중립금리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한국의 중장기 금리로 파급된다면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느냐”라고 서머스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서머스 교수는 “한국이 만성적 무역 흑자국이 되면 중립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중립금리를 국내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실수”라며 “한국의 중립금리도 글로벌 중립금리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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