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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대체 위험이 높은 직업군으로 꼽혔다. 해당 직업군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임금 상승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인공지능과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산업별·직업별 인공지능 노출 지수를 발표했다. 노출 지수는 인공지능 관련 특허정보와 직업별 업무특성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단순 노동직은 물론이고 고학력이 요구되는 고소득 전문직도 노출 지수가 높아 인공지능에 의한 업무 대체 위험이 크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일자리수는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개이며, 상위 25%로 확대하면 약 398만개로 추산했다. 또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하는 여성보다 남성 취업자의 업무가 인공지능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직업분류로 노출 지수를 살펴보면,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장치 조작원, 금속재료공학 기술자 등의 차례로 높았다. 세분류로는 일반의사, 전문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의 노출 지수가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 수행했지만 인공지능은 더 복합적으로 인지하고 분석하는 고학력 전문직의 업무를 갈수록 대체하는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가수와 경호원, 대학교수, 성직자, 기자 등 대면 접촉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은 인공지능 대체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상품 대여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도 노출 지수 하위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한은은 “특허 데이터 분석과 함께 전문가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인적 네트워킹을 활용한 탐사보도 업무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직업은 앞으로도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생산성 증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친다”며 “다만 대체효과가 특정 그룹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임금 불평등 심화를 비롯해 소비자 보호 악화, 이윤독점 강화,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 사회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소수 기업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주체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