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21개월째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가 94.0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초과하면 전달보다 긍정적 전망이 많은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12월 전망치는 11월보다 3.9포인트 상승했지만, 지난해 4월(99.1) 이후 21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이는 2018년 6월부터 33개월 연속 부정적 전망이 이어진 이후 최장기다. 11월 실적치 역시 89.2로 작년 2월(91.5) 이후 22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제조업의 12월 전망치(87.7)는 21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0.5)를 제외하고 의약품(60.0), 섬유·의복(71.4), 석유정제·화학(80.6) 등 모든 업종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비제조업의 12월 전망치(100.5)는 휴가철 특수가 기대되는 여가·숙박 및 외식업(128.6)을 중심으로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여름 휴가철인 지난 7월(101.6) 이후 5개월 만에 기준선을 넘었다. 정보통신(111.8), 전기·가스·수도(105.6) 등의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 부문별로 보면, 투자(91.6), 자금 사정(92.7), 채산성(93.0), 수출(94.9), 고용(95.7), 내수(96.7), 재고(104.1)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재고는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을 의미한다. 작년 10월 이후 15개월 연속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가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제조업 가동률(9월 기준 73.2%)이 여전히 작년 평균 수준(74.8%)을 밑도는 등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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