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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제안한 지도 3년이 흘렀다. 한 라디오 코너에서 저자인 박정호 교수가 중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야기하는 걸 흥미롭게 들은 일이 계기였다. 그렇게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세상에 이 책의 필요성이 좀더 커진 듯이 보인다. 주요 2개국(G2)이 꽉 쥐던 세계경제의 방향타를 여러 신흥국에 조금씩 내주면서 세계경제가 이른바 ‘다극화’한 것이다.
미국 패권이 약해졌다는 지적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지금 독일·영국·프랑스·벨기에 등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날로 격화하는데, 이를 이스라엘 뒤에 있는 미국 패권이 무너졌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신흥국들은 거대 국가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동맹을 맺는 중이다. 인도·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 등 T25(거래형 25개국)라고 부르는 비동맹 국가들은 자기들끼리의 거래를 기반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탈달러화 움직임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과의 경쟁에 몰두한 사이 세계경제 질서가 빠르게 변하는 것이다.
세계경제 이슈의 이면
중국도 힘이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2023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기사를 냈다. 한때 10%를 가뿐히 넘어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이제 3%를 방어하기도 벅차리라는 흉흉한 전망이 들려온다. 분명한 점은 이처럼 G2가 침체하면서 지금껏 미국과 중국의 부상에 의존해 성장해온 국가들이 이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단일시장을 대체할 나라를 세계 곳곳에서 개척해야 하는 미션이 세계경제 한복판에 떨어졌다. 그리고 무역의존도가 75% 넘는 우리나라는 이 미션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는 우리가 그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수많은 국가가 어떻게 경제를 구축해왔고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예리한 시선으로 살핀다. 이들 국가가 품은 가능성이 다가올 경제의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국가의 지리적 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테면 대만이 어떤 계기로 지금 같은 반도체 강국이 됐는지, 사우디아라비아가 왜 네옴시티 같은 거대 프로젝트에 집착하는지, 홍콩은 어떤 환경을 구축한 까닭에 세계 최대 금융산업 중심지가 됐는지, 패권국이 왜 지금 그린란드에 주목하는지, 아프리카 정부는 왜 암호화폐로 기존 화폐를 대체하려는지 등 다양한 국가의 경제에 얽힌 흥미로운 배경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 제2의 중동 붐, 최대 인구국가로 올라선 인도의 부상과 디지털화폐 실험 등 지금 세계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이슈의 이면을 파헤친다. 세계 각국이 당면했던 경제적 고민과 해결책을 살피는 과정은 읽는 이에게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돈을 벌어왔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 기회를 떠올리게 한다.
여행서 보듯 쉽고 편안하게
저자 박정호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출신으로 다양한 국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혹은 여행으로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를 재조사하고 분석해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개인적 경험과 궁금증을 단초로 이야기를 구성했기에, 세계경제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여행서를 보듯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지닌 명확한 강점이다.
미국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중국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불확실성은 주식, 부동산, 환율, 금리 모든 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불러와 우리 일상을 흔든다. 역대 최고의 경제 혹한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가올 해에는 반등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혼재돼 들려온다. 이 상황에서 독자에게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읽고 미래를 가늠하는 시각을 이 책은 전한다.
2023년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75.8%로 세계 2위다. “이제 새로운 판을 짜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최근에는 노동력마저 외국인에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경제에서 벗어나 세계 여러 시장에서 작은 기회들을 포착하는 능력이 필요한 때임을 지적한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상대를 이해하는 태도라 들었다. 우리가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면 그간 좀처럼 교류하지 않았던 국가들을 살피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그 나라에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어떻게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그 나라의 현재 고민은 뭔지 이해해야 한다. 그 실마리를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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