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함께 나선 동원그룹을 하림그룹이 누른 모양새지만, 최종 본계약 체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탓에 최종 결정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에이치엠엠 매각 절차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에이치엠엠 경영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제이케이엘(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해 협상한 뒤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팬오션·제이케이엘(JKL)컨소시엄은 하림그룹이 이번 입찰에 내세운 입찰 대상자다.
앞서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는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참여했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쪽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본입찰에 참여해 6조3천억~6조4천억대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동원그룹보다 수백억원 가량 높은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 쪽은 매물로 나온 산은과 공사의 에이치엠엠 지분(57.9%, 주식 3억9879만156주)을 인수해 에이치엠엠의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본입찰이 시작된 지 25일 만에야 이뤄졌다. 애초 이달 초로 예정됐던 일정이 늦어진 것은 매각 주체인 산은과 공사가 가진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처리 때문이다. 하림그룹 쪽이 ‘에이치엠엠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미뤄달라’는 등의 요구 사항을 내놨기 때문이다. 산은과 공사는 이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동원그룹도 ‘하림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다면 대응을 위해 법적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채권단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 하림그룹 쪽은 요구사항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성평가 과정에서 하림그룹은 지난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합병(M&A)해 경영하고 있는 부분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선박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인수금융 없이 팬오션만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이 에이치엠엠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뿐 아니라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에이치엠엠까지 거느리며 초대형 국적 선사로 도약할 수 있다. 에이치엠엠은 2016년 채권단 관리로 전환된 이후 7년여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산은 등 매각 주체는 이번 본계약 체결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제시했다. 본계약 체결에 앞서 하림그룹과 따져볼 지점들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중 핵심은 하림그룹의 자금 동원력과 함께 애초 제안했던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량·정성 평가 모든 면에서 하림그룹이 앞선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최종 본계약 체결까지는 시간이 제법 있어 그 사이에 다른 상황이 펼쳐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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