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이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하 홍콩 이엘에스) 만기(통상 3년)가 새해 초부터 본격 도래하면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규모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올해 닷새만에 주요 은행권에서만 손실확정금액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14일 4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엔에이치(NH)농협)의 올해(1월8~12일) 홍콩 이엘에스 만기 현황을 확인한 결과, 만기도래금액은 2105억원, 손실확정금액은 1068억원이다. 은행별 원금대비 손실률은 47.8∼51.3%에 달했다. 5대 은행 중에 홍콩 이엘에스 판매액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이 기간 만기도래금액이 없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이 기간 만기를 맞은 홍콩 이엘에스 상품은 2021년 1월4~8일 사이 가입자가 대부분이다. 당시 홍콩에이치지수는 평균 1만829.85였다. 이 지수는 같은해 2월18일 1만2271.60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후부터 내림세를 지속하며 2022년 10월31일 4919.03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12일 지수는 전일 대비 0.23% 하락한 5481.94로 마감했다.
은행권에서 남아 있는 홍콩 이엘에스 만기는 올해 상반기(56.6%)에 집중돼 있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11월15일 기준 은행권 홍콩 이엘에스 총판매잔액은 15조9천억원(24만8천개 계좌)이었다. 만기도래 예정 잔액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3조4천억원(21.4%), 2분기 5조6천억원(35.2%), 3분기 2조8천억원(17.6%), 4분기 1조6천억원(10.1%), 2025년 이후 2조5천억원(15.7%) 등이다.
앞으로 손실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상반기에도 지금 홍콩에이치지수 수준(5000대 중반)이 유지될 경우 손실구간 진입액을 추정해보면 은행권에서 판매한 홍콩 이엘에스의 원금 손실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5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엘에스는 통상 1~3개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원금에 약정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보통 만기에 기준시점 대비 40% 이상 가격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은행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홍콩 이엘에스 판매 과정에서 관련 법 위반이 있었는지에 대해 현장 검사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홍콩에이치지수 관련-이엘에스 가입자 모임(피해자)’ 회원들은 오는 19일 금감원 앞에서 원금 복구 등을 요구하는 두번째 장외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