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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오양 ‘눈살’

등록 2007-06-05 19:36수정 2007-06-05 23:19

<b>빈소 접근금지</b>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쪽 임직원이 5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고 김성수 회장의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막아서고 있다. 이들은 최근 사조산업 계열사의 오양수산 지분 인수가  현 대표이사인 김명환 부회장 몰래 이뤄졌다며 주식매매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빈소 접근금지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쪽 임직원이 5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고 김성수 회장의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막아서고 있다. 이들은 최근 사조산업 계열사의 오양수산 지분 인수가 현 대표이사인 김명환 부회장 몰래 이뤄졌다며 주식매매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맛살’ 창업주, 장남과 분쟁 끝 회사 처분
타계 직전 경쟁사 넘겨…아들쪽 “소송 검토”
‘오양수산 절대사수.’ ‘주식매각 결사반대.’

4일 밤 11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 빈소에선 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검은 양복 차림에 머리와 어깨에 노란띠를 두른 오양수산 직원 100여명이 빈소 안팎을 지키고 서 있었다. 현관문에는 ‘요구 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조문을 사절한다’는 성명서가 붙어 있었다. 지난 2일 별세한 김성수(85) 오양수산 회장에 대한 애도 분위기는 좀체 느껴지지 않았다.

‘맛살하면 역시 오양맛살~’이라는 광고로 잘 알려진 오양수산. 창업주 김성수 회장의 장례식장은 재산을 둘러싼 집안 싸움의 ‘악취’만 진동했다.

2000년부터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김성수 회장은 숨지기 직전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지분을 팔아 넘겼다. 사조산업은 4일 자회사인 사조씨에스를 통해 오양수산 대주주인 김 회장과 부인 최옥전씨로부터 지분 35.2%를 127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사조산업은 또 장내에서 지난 3개월간 11.2%를 매입해 전체적으로 오양수산 지분 46.4%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지분이 경쟁사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양수산 서울 본사와 부산·안성공장 직원들이 장례식장으로 몰려들었다. 김 부회장을 지지하는 직원들은 “병석에 있던 김 회장이 주식 매각 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도 모르게 경영권이 넘어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회장은 왜 숨지기 직전 아들이 아닌 경쟁사에 지분을 넘겼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는 김 부회장과 그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가족이 맞서왔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부인 최씨와 2남4녀를 두고 있다. 오양수산 관계자는 “김 회장이 1997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그 뒤 셋째딸 사위가 대표이사를 하다 별안간 그만둔 적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가족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2000년 김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대표이사로 선임돼 경영을 맡아왔다.

2003년 이후 가족 간에 3건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2003년 장남을 퇴진시키기 위한 ‘주총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엔 김 부회장이 이사로 재선임된 것에 대해 무효 소송을 냈다. 김 부회장은 현재 6.9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김 회장과 부인의 지분이 사조산업에 넘어가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됐다.


오양수산의 한 임원은 “병상에 있었던 김 회장은 판단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임원은 “사실상 장남을 빼놓고 적대 관계에 있는 다른 가족들이 오양수산에 등을 돌린 것”이라며 “계약무효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양수산은 1969년 세워져 연간 매출 1천억원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줄고 1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주주 일가의 경영 다툼 과정에서 회사와 직원,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양선아 김남일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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