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산자물가 8%↑…10년 만에 최고
원자재값·유가 상승탓…소비자물가 직격탄
시중유동성 큰폭 증가…물가불안 요소 작용
시중유동성 큰폭 증가…물가불안 요소 작용
생산자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시중 유동성도 계속 커져 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 동향’을 보면, 생산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8% 오르면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 11% 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부터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1.7%로, 98년 2월 2.4% 이후 가장 컸다.
생산자물가 지수는 상품이나 기업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출하돼 1차 거래 단계에서 이뤄진 거래 가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조사 대상은 900여개 품목이다. 생산자 물가는 곧바로 또는 길게 잡아도 두달 가량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은 쪽은 설명한다.
생산자물가 지수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공산품 값이 크게 오르고, 축산·수산물값과 광고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공산품은 지난달보다 2.3%,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선 11.2% 올랐다. 원유와 곡물,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값이 치솟고 환율 상승으로 음식료품과 석유제품, 화학제품, 철근·동관 등 금속 1차제품 값이 오른 데 따른 결과다. 음식료품 중에서는 비스킷과 스낵과자, 유산균 발효유, 라면의 오름폭이 컸고, 석유제품 중에는 등유와 경유 값이 크게 뛰었다.
시중 유동성 증가세도 꺾이지 않아 물가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을 보면, 2월 광의통화(M2:현금과 만기 2년 미만 금융상품 등) 평균잔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3.4% 늘었다. 이런 증가율은 2003년 1월 1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광의통화에다 만기 2년 이상 정기예·적금 등이 더해진 금융기관유동성(Lf) 평균잔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6%, 광의유동성(L)은 13.2%(월말 잔액 기준) 늘었다. 한은은 기업·가계 대출이 꾸준히 늘고, 만기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큰 폭으로 늘어 시중 유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복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실물경제보다 금융이 활발하다는 것 자체가 물가 불안 요소를 띠고 있는 것”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은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3월 광의통화 증가율과 금융기관 유동성 증가율도 각각 13%대 중반과 11% 후반으로 추정하며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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