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쪽 수출 17% 감소…중국은 27% 급감
“예상보다 더빨리 감소” 정부 전망 문제있어
“예상보다 더빨리 감소” 정부 전망 문제있어
정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실적이 충격적이다. 예상보다 수출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둔화 폭도 너무 깊은 탓이다. 정부가 내수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출마저 이런 추세로 추락하면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수출 감소세는 지역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세계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정부는 애초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급등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수출 쪽에서 큰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전세계 실물경기에 본격적으로 옮으면서 수출 수요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은 “애초 올해 12월 말이나 내년 1월부터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미국의 주요 수입상들이 무너지고 자동차 금융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수출 감소세가 두달 정도 빨리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수출실적에서 무엇보다 어둡게 보이는 대목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쪽으로의 수출둔화다. 11월에 선진국으로 수출은 평균 8.3% 줄어 비교적 선방했지만, 전체 수출수요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신흥국 쪽 수출은 17.5%나 감소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으로의 수출은 27.8%나 급감하면서 중국과 본격적인 교역을 시작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까지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감소는 10월에 이어 두달째다. 중국 쪽 수출둔화는 중국 자체의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따라서 중국의 값싼 임금을 활용한 가공무역 중심의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시장위축과 재고 감축 등을 이유로 바이어들이 기존에 주문했던 수출물량의 선적을 늦추거나, 취소·축소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어 앞으로 수출경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환율불안 지속 우려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전체 산업생산의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 지표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환율불안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려면 경상수지 개선이 관건인데, 수출 급감은 경상수지 악화로 직결된다. 우리나라 수입구조상 에너지와 원부자재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수출 감소 폭만큼 수입도 나란히 줄어들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무역수지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가 13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19억달러 적자, 9월에는 60억달러 적자, 11월 초에는 90억달러 적자로 예상치를 계속 하향조정해왔다. 그런데 급격한 수출둔화로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133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12월에 수출이 몰리기는 하지만 최근 몇달치 수출입 추이로 볼 때 연말까지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게 확실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불과 한달 앞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뻥튀기 무역수지 전망치’를 반복해서 쏟아낸 셈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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