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간 수익률 격차
일부 우량 기업들만 자금 숨통 트여
BBB 이하 등급은 발행 엄두도 못내
BBB 이하 등급은 발행 엄두도 못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에선 일부 우량 회사채를 제외하고는 신용경색이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신용 에이(A)등급 회사채는 발행물량도 늘고 금리도 떨어지고 있지만, 트리플비(BBB) 이하 등급의 회사채 발행은 여전히 엄두도 못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1월에 에이마이너스(A-)등급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현대로템, 다이모스, 에스케이시(SKC) 등 세 곳이었다. 2월에는 현대파워텍, 대상, 웅진홀딩스, 효성캐피탈, 한화, 에스케이(SK)케미칼 등 여섯 곳이 같은 등급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특우량채(AAA) 발행이 많았으나 1월 중순께부터 에이(A)급 회사채 발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신동준 채권시장팀장은 “준우량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조금 숨통이 트였다고 할 수 있지만 트리플비급부터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고 말했다.
채권평가사인 한국채권평가의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 한주 동안 거래된 회사채 가운데 트리플에이(AAA)급이 1조2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에이(A)급 9452억원, 더블에이(AA)급 662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트리플비(BBB)급 회사채 거래량은 10억원에 그쳤다. 지난달에는 트리플비급 회사채를 단 두곳에서만 발행했다. 한채평 관계자는 “그나마 발행된 트리플비 회사채도 관계사 지원 등으로 소화된 것이어서 트리플비급 회사채는 사실상 시장 수요가 전혀 없다”며 “결국 에이급까지만 유동성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유통시장에서도 우량과 비우량간 양극화가 뚜렷하다. 3년 만기 더블에이(AA-)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말 7.72%에서 지난 17일 7.05%로 0.67%포인트 하락한 상태다. 소폭이나마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반면에 트리플비(BBB+) 회사채 금리는 12.02%에서 12.49% 오히려 올랐다. 국고채와의 금리차도 더블에이는 4.31%포인트에 3.08%포인트로 1%포인트 이상 줄었지만, 트리플비는 8.61%포인트에서 8.52%포인트로 좁히는 데 그쳤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트리플비급 이하 회사채의 고시 금리는 별 의미가 없고, 회사마다 큰 차이가 나 심지어 유통시장에서 18%에 거래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풀리기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건설업의 경우,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채가 다른 업종 회사채보다 금리가 훨씬 높다. 지난 12일 발행된 지에스(GS)건설의 만기 1년짜리 회사채(A+)는 금리가 8.5%였고, 10일 발행된 현대산업개발의 만기 1년 회사채(A+)도 금리가 8.7%였다. 반면, 10일 발행된 씨제이홈쇼핑의 만기 1년 반 회사채(A+) 금리는 6.10%, 만기 2년은 6.70%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데, 건설사들은 만기가 짧은데도 금리가 2%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저 기업이 살아남을까 하는 근본적 의심 때문에 트리플비급까지 풀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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