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배터리에 연결돼 불이 켜진 전등. 미 MIT 연구팀 제공
한·미 공동개발 “유전자 조작 양극 재료로”
바이러스로 만든 새로운 개념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한국·미국 공동연구팀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안젤라 벨처 교수 연구팀과 한국 카이스트의 강기석 교수(신소재공학)가 참여한 한미 공동연구팀은 2일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리튬이온 배터리로 쓸 수 있는 물질을 합성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발표됐으며,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원인 이윤정·이현정(박사과정)씨가 연구논문의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벨처 교수 연구팀은 2006년엔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코발트산화물이 몸통에 달라붙게 한 바이러스를 ‘음극’ 재료로 쓸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선 ‘양극’ 재료로 쓸 수 있는 철인산계 물질을 바이러스 몸통에 달라붙게 했으며 꼬리엔 전기 흐름이 매우 뛰어난 탄소나노튜브를 붙여 전깃줄처럼 쓸 수 있게 했다. 배터리 재료로 쓰인 바이러스(‘M13’)는 인체에는 무해한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로, 주로 박테리아(세균)를 감염시킨다.
제1저자인 이윤정씨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물질이 잘 달라붙도록 바이러스 단백질체를 바꾸는 게 기술의 핵심”이라며 “이런 바이러스들을 수억, 수조개 모아 배터리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나노튜브는 전기를 빠르게 실어나르는 ‘고속도로’와 같아, 바이러스 배터리가 실용화하면 고출력이 필수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다른 전자제품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전 호크필드 매사추세츠공대 총장은 미국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이 기술로 만든 배터리 모형을 선보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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