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추이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이 크게 줄었지만 수입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바람에 빚어지는 ‘불황형 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경기 부진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모두 36억3천만달러 흑자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이후 넉달째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올들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64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흑자 폭은 지난 3월 사상 최대 규모인 66억5천만달러 이후 4월(42억5천만달러)에 이어 두달째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누적 경상수지가 되레 71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의 뒷면엔 내수 부진이라는 또다른 얼굴이 가려져 있다. 우리 경제가 이른바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들어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 행진을 이어간 데는 경기 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의 여파로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지난달 상품수지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들면서 50억2천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5월 수출총액(통관 기준)은 281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393억8천만달러)보다 28.5%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지난달 수입총액은 230억9천만달러로 감소폭이 40.3%나 됐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지만, 수입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보니 상품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지난달 자본수지는 큰 폭의 유입초과를 보였다. 지난달 자본수지는 67억2천만달러의 유입초과를 기록해 4월(21억6천만달러)의 그 규모가 3배로 커졌다. 이 수치는 지난 2004년11월(76억7천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한편, 경기 불황에 따른 국외 여행 감소로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내국인 해외소비는 2조610억원으로 1년 전(3조9295억원)에 견줘 47% 정도 줄었다. 지난해 4분기 해외소비도 2조1068원으로 1년 전(4조4882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1년 전과 견준 해외소비액은 지난해 1분기 이후에 5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최우성 김기태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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