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의 시기별 경기 진단
[KDI ‘경기 바닥론’]
가계 신용위험도 여전히 높아
정부 경기부양책 부작용 솔솔
가계 신용위험도 여전히 높아
정부 경기부양책 부작용 솔솔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데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마저 더해지면서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에 가계의 신용위험도는 실질소득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전후 금융위기 때 수준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의 기초체력은 여전히‘약골’인데도, 부동산 시장 등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총괄 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6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 지수는 22로, 1분기(-3)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지난 2005년 2분기(29)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로,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3분기(-13)와 4분기(-6)에 견줘 가파른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던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는 부동산 시장이 급등세를 보이던 지난 2005년 당시 수준을 거의 회복했음을 보여준다. 대출수요 지수는 금융기관이 판단하는 대출수요 크기를 ‘-100~1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 것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수요가 커졌음을 뜻한다.
가계의 관심이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과는 달리, 정작 가계의 기초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신용위험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 가계의 신용위험 지수는 25로,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내리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카드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2004년 1분기(3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졌던 금융위기가 점차 가라앉은 뒤에도 가계의 신용위험 수준은 위기 당시의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3분기에도 가계대출을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가계의 주택대출에 대한 금융기관 태도를 보여주는 ‘가계 주택대출 태도지수’ 전망치는 13으로 2분기(9)보다도 더 높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앞으로도 가계를 상대로 한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에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가계의 신용위험도가 높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우량 고객 위주의 대출 영업을 계속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 및 신용위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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