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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소비지수 호조…고용·수출 등 불안 지속
경기부양 부작용에도 ‘출구전략’ 쓰기 어려워
경기부양 부작용에도 ‘출구전략’ 쓰기 어려워
고용시장과 생산 등 우리 경제의 실물부문에선 한파가 여전한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빠르게 풀리고 설비투자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는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시중에 푼 막대한 자금이 정작 경제부문에 고루 스며들지는 못한 채 주가와 집값 등 자산가치만 끌어올린 탓이 크다. 우리 경제가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음에도 섣불리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들기도 힘든, 난처한 상황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경기회복의 기운을 넘어 아예 경기를 달구는 신호는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단연 주식시장이 선두에 섰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거래일 기준 열흘 내리 상승세를 이어가며 1524.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20일(1540.71)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풀리는 속도도 가파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 결과’를 보면, 7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9로 6월(106)보다 3포인트 올랐다. 지난 4월 이후 4개월 내리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지난 2002년3분기(11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잣대로, 수치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기업들의 시설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회사들의 신규 시설투자 공시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7월 들어 지난 23일까지 신규 시설투자는 12건, 금액은 4조351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의 10건, 8208억원에 견줘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이어진다. 일부 지표 개선과 자산시장 움직임은 실물부문의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2009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2%, 전기대비 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8%로 제시했다. 우리 경제가 2분기에 저점을 통과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른바 경기과열 진정을 위한‘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경기 호전은 금융불안 완화와 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호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본격적인 개선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제 회복이 제약될 경우 국내 경기 회복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상당히 완만한 U자형 패턴을 보이며, 2010년 이후에나 실물경제의 본격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용시장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서민들의 경기체감지수는 여전히 바닥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올해 하반기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만명 줄어들어, 올해 연간으로는 12만명 감소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앞서 한은도 지난 10일 올해 취업자 수 감소폭을 13만명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한은이 낸 소비자동향 결과에서도 정작 취업기회전망지수는 91에 그쳤다. 특히 최하위층인 근로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에선 91로 6월(83)보다 크게 올랐지만, 100만원대와 200만원대에선 89에 그쳤다. 두달전인 5월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최우성 김수헌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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