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데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경기 회복세가 지금보다 더 뚜렷해질 경우, 4분기께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1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수개월 동안 상당히 큰 증가세를 보였다”며 “7월 하순에는 주춤하는 기세지만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연 2.0%인 현행 기준금리를 바꾸지 않았다. 6개월째 동결이다. 이 총재는 “(주택가격 상승) 기미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주택가격 상승이 투기심리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진 뒤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빠르게 끌어내렸던 한은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상승 압력이 계속된다면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 관리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경제 상황에 따라 10월부터는 한은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공산이 커졌다.
경기를 바라보는 한은의 태도가 한결 누그러진 것도 ‘완화’ 쪽에 무게가 실렸던 통화정책의 무게를 서서히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고 있다. 이 총재는 “2분기의 경기 개선 흐름이 앞으로 이어질 것이지만,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면서도 “경제지표는 2분기의 추정치보다 조금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앞으로 정부시책에 의한 경제성장 추진력은 조금 약해지겠지만 민간부문에서 2분기부터 회복을 보이는 것 같다”며 “경기는 하반기에도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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