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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동산 살리고 돈풀고…‘집·주식 부자’ 살찌운 위기대책

등록 2009-08-12 07:24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청라지구 모델하우스에 시민들이 찾아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청라지구 모델하우스에 시민들이 찾아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저소득층 빚늘고 소득 줄어 내수부진 여전
“자산 양극화 심화되면 성장동력 약화될 것”
흔들리는 경기, 커지는 자산격차 ②

“금융위기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자산시장의 ‘이상열기’와 이에 따른 계층간 자산격차의 가파른 확대를 가져온 첫 단추는, 지난해 가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 대한 그릇된 처방에서부터 채워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결국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었음에도, 정부가 내세운 ‘위기대책’은 거품을 꺼뜨리기보다는 되레 거품을 더 키우는 쪽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산가격이 올라 소비심리가 소폭 개선되는 것을 두고 곧장 우리 경제가 경기회복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해석이라며, 자산격차가 심화할수록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뿐더러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동력까지 갉아먹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자산 양극화 불지른 ‘위기대책’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뒤부터 최근 회복기미를 보이기까지 세계 주요국과 우리 경제가 진행된 모습에는 닮은꼴이 많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인들이 버거운 규모의 빚을 내서 자산을 늘렸다가 어느 순간 자산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서 위기가 비롯되지 않았냐”며 “그런데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실물부문이 꽁꽁 얼어붙으니 결국 다시 돈을 풀어 자산시장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경기를 떠받치려 드는 과정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 5.25%에서 여섯차례에 걸쳐 2.00%까지 빠른 속도로 내렸고 원화(27조5000억원)와 외화(262억2000만달러)를 합쳐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풀어 경기급락 저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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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급락을 막는 것을 넘어 아예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울 불씨들도 잇따라 쏟아냈다. 정부는 특히 투기지역의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60%로 확대하는 등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4%에서 올해 1분기 -23.5%로 곤두박질치는 가운데도 건설투자만 유독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6%, 2.4% 늘어나기도 했다. ‘일자리나누기’(잡셰어링)라는 명분 아래, 공기업 구조조정과 임금 억제 등을 밀어붙여 가뜩이나 미약한 내수 여력을 더욱 떨어뜨리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처방을 두고, 돈을 마구 풀어 자산시장 군불때기에만 몰두한 꼴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 대공황 뒤에는 임금을 올리고 해고를 금지하는 등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사회 전체의 소비성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했다”며, “지금은 정반대로 중저소득층의 구매력은 계속 떨어뜨리면서 자산거품의 불씨만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다 보니 계층간 골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회복엔 되레 걸림돌 자산시장을 살려 경기를 띄우겠다는 발상은 자산 양극화만 부채질해 경기회복에는 되레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평가실장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한계소비성향은 낮아지므로, 상위 계층보다는 소비의 주력군이라 할 수 있는 중산층 이하의 소비가 늘어나는 게 경제회복의 관건”이라며, “현재는 자산을 아주 많이 보유한 상위 계층만 소비를 약간 늘리고 있을 뿐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에서 배제된 중산층 이하의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사회 전반의 경기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 새 우리 경제는 자산시장이 달아오르는데도 민간소비는 활기를 잃는 모습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을 사들이느라 많은 빚을 지다보니 이자부담이 커져 구매력 자체가 줄어든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개인들의 이자지급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는 43조434만원에 이른다. 개인순처분가능소득(NDI) 대비 이자지급액 비중도 2000년 7.2%에서 지난해엔 7.5%로 높아졌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산시장이 뛰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중산층 이하마저 너도나도 막차타기식으로 자산투자에 뛰어드는 가운데 금리라도 상승세로 돌아서게 되면 가계부실이 심각해지고, 이는 결국 내수 부진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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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성장동력 갉아먹을 수도 자산격차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 무엇보다 자산효과는 크기 자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작아질 수밖에 없다. 엘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집값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때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 2001년엔 0.1%포인트 올라갔지만 2007년 기준으로는 0.07%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집값이 오르면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자산효과를 내겠지만, 정작 중산층 이하는 대출이자 부담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오히려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며, “자산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내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줘 성장동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복현 교수는 “우리 경제는 이미 소득(플로우)보다는 자산(스톡)변수가 소비와 투자 등 경제 전반의 변화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경제의 스톡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산시장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완충작용을 하는 대신, 자산가격의 급등락에 따라 되레 경기 변동성 자체를 확대·증폭시키는 교란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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