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과 주가 추이
반대방향 통념 깨고 동반 상승…“중앙은행 정책이 행보 좌우”
최근 들어 국제 금값과 주가가 나란히 ‘한 길’을 걷고 있다. 안전자산이면서 인플레이션 위험 대비 수단으로도 꼽히는 금과 위험자산인 주식이 동시에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31.1g)당 100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올해 2월 온스당 1000달러선을 넘어섰다가 이후 하락한 뒤 4월 중순께부터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주가 오름세 역시 뚜렷하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3월 676.53으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 지난 11일(현지시각)엔 1042.73까지 치솟았다. 저점 대비 54%나 상승한 셈이다.
금값과 주가가 같은 흐름을 이어가며 동시에 큰 폭의 상승세를 타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동양종금증권 자료를 보면, 지난 1970년대 1차 석유파동 이후 뛰기 시작한 금값은 80년대 초반 무려 30배나 급등했다. 에스앤피지수는 같은 기간 60~130포인트 사이를 오르내렸을 뿐이다. 이후 물가가 내려가자 급값은 서서히 하락했고 반대로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최근 들어 금값과 주가가 다시 한묶음으로 움직이게 된 것은 경기회복의 기운이 커지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동시에 시중에 너무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 압력마저 키우고 있으므로 안전 실물자산인 금에 대한 매력도 커진 것이다. 김태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취한 확장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시기와 정도의 문제가 됐고 글로벌 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해 소비심리도 개선되면서 금값과 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둘의 행보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정책이 계속되면 금과 주가의 동시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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