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활용해 터널 공사의 발파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물 막 차단벽’이 개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재형 박사 팀은 터널 공사장에서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과 가축들에 많은 피해를 끼치는 저주파수 발파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차단벽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진동에 의한 저주파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차단벽 안쪽에 물주머니를 달아 고주파와 저주파 소음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현재 터널 발파 공사장에서는 음을 흡수하는 흡음재와 음을 차단하는 차음재로 구성된 터널 발파 소음 차단벽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흡·차음재 대부분은 스티로폼처럼 가벼운 소재로 돼 있어 저주파수 소음을 차단하는 데 한계를 띠고 있다. 차단벽이 진동하면서 공기 중으로 음을 다시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120.3㏈(데시벨)의 소음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실험해본 결과, 기존 차단벽을 사용할 경우 98㏈의 소음이 측정된 반면, 물 막 차단벽을 이용한 곳은 79.8㏈을 기록해 20㏈가량의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건설기술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외국의 발파 소음 연구에 의하면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저주파수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개발에 따라 발파 소음으로 발생되는 마을 주민과 가축들의 피해를 줄이고 건설사 역시 민원과 소송으로 인한 공기 지연과 금전적 피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차단벽은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체하기 쉬워 앞으로 터널 공사장에서 많이 활용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일본에선 콘크리트를 이용한 차단벽을 사용하는데, 설치와 해체가 어려워 공사현장에서 잘 쓰이지 않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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