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운임지수(BDI) 추이
정부, 헐값 매각 막는 ‘선박펀드 활성화’ 등 추진
금융혜택 확대 등 긴급 수혈…구조조정도 병행
금융혜택 확대 등 긴급 수혈…구조조정도 병행
세계 1위를 달리던 국내 조선업이 침체의 늪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핵심고객이라 할 세계 해운업계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물량 감소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조선업종은 거의 ‘왕따’ 신세로 내몰린 상태다. 급기야 정부는 5일 조선ㆍ해운업 지원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 얼마나 어려운가 조선업 경기의 가늠자인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현재 3295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663선까지 하락했던 것에 견주면 상당히 회복됐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해 5월의 최고치(1만1793)에 비해선 고작 4분의1 수준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계는 물동량 감소와 운임 부진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선박 발주에 따른 중도금 납부 문제로 자금난도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똥은 조선업계로 튀어 선박 수주량은 급감했다. 국제 조선·해운업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자료를 보면, 9월말까지 전 세계 조선산업의 수주량은 45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0.3% 감소했다.
자금난으로 선박 발주를 취소하거나 인도 연기를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말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인 프랑스의 시엠에이시지엠(CMA CGM)이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엔 대만 벌크선사인 티엠티(TMT), 독일 컨테이너선사인 하팍로이드와 페터오펜 등 대형 해운사가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나섰다. 장근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박 발주 잔량이 많이 남아 있어 해운업황은 물동량 증가와 함께 선박 발주 취소, 선박 해체 등의 사정에 따라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조선업 주가는 맥을 못추리고 있다. 실례로 현대중공업의 5일 종가는 16만7500원을 기록했다. 2007년 11월 당시의 최고가(52만8000원)에 견줘 68%나 떨어진 수준이다.
■ 앞으로 전망은 전문가들은 조선업 경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나 2011년께나 되어야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동안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중장기 전망도 썩 밝은 편이 아니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1~2년 뒤 시장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선다 해도 신조선 시장은 세계 조선소들이 먹고 살 만큼의 규모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돌파구를 찾느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그 후보로는 바다 밑 원유·가스 시추, 저장시설 등 해양플랜트와 선박의 프로펠러 기술을 바탕으로 한 풍력 발전 등이 꼽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일 공사금액 14억달러에 이르는 미얀마 쉐 가스전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조선 분야는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져 매출 가운데서 해양플랜트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해양플랜트 부문이 없는 중소형 조선사의 경영난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대책 무엇을 담았나 다급해진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해운·조선산업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 1차 대책에 이어 이날 다시 2차 대책을 쏟아낸 것이다. 정부는 우선 국내 선박의 국외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조성된 선박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조조정기금이 선박펀드에 투자하는 비율을 현행 40%에서 60%로 늘리고, 매입 대상도 건조 중인 선박까지 확대된다.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선박 대출보증 대상을 확대하고,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혜택도 늘리기로 했다. 이런 지원책과 함께 유동성 우려가 있는 해운사의 경우 대형사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중소형사는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해운과 조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위기 이후 세계 질서를 준비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소홀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상철 안선희 기자 rosebud@hani.co.kr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해운과 조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위기 이후 세계 질서를 준비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소홀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상철 안선희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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