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비상대책 1년 점검] 초조한 건설업계
지난해 말 금융위기가 터지고 난 뒤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건설경기 살리기’였다. 대주단을 가동해 대출을 1년간 자동연장해 주고, 공공발주를 늘린 뒤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사에 공사비도 미리 지급했다.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국외 플랜트 수주와 100% 분양 성공 등 겉으로 보기엔 건설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건설사 이야기일 뿐 중견·중소건설사들은 ‘한파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100위권 안에 드는 한 중견건설사는 올 들어 수주한 공공발주 공사가 고작 4건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미리 확보한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해 매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최근 공공발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내년에는 주택을 지어 분양할 택지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사는 최근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다른 건설사들이 벌여놓았다가 부도를 낸 아파트 사업지를 인수해 재분양하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도사업장은 분양에 리스크가 있지만, 단기간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위기관리에 들어선지 1년이 지났지만 내부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형건설사는 수도권 중심으로 미분양을 정리하고 국외수주 비중을 늘리면서 그나마 내실을 다졌다. 그러나 지방 미분양이 많은 중소건설업체는 미분양을 털지 못한 채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건설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6월 말 기준으로 대형건설사는 총차입금 9조2200만원에 현금성자산 6조3000억원을 확보해 비교적 정적이지만, 중소건설사는 현금성자산은 1조3800억원인데 반해 총차입금은 9조7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중소건설사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줄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건설업체는 대형건설사보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주택사업이 회복돼야 안정권으로 들어설 수 있다”며 “주택사업은 택지확보, 인허가 등 사업 준비기간이 필요해 경기가 좋아졌다고 바로 수주되는 구조가 아닌 만큼 2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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