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평균수준 주택을 연 소득으로 살때 걸리는 시간
10년 이상땐 ‘거품’…유엔선 ‘3~5년’ 적정수준
평균수준 주택을 연 소득으로 살때 걸리는 시간
10년 이상땐 ‘거품’…유엔선 ‘3~5년’ 적정수준
국내 집값을 둘러싸고 거품(버블) 논쟁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번엔 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에서 지난 23일 펴낸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 보고서가 불씨가 됐습니다. 한국의 집값은 거품 상태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였지요. 국토해양부는 “버블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산은경제연구소와 국토부는 모두 피아이아르(PIR·Price to Income Ratio) 지표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인 피아이아르는 특정지역이나 국가의 평균수준 주택을 연평균 소득으로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피아이아르가 10이라면 10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득수준을 반영해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따지는 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요. 산은경제연구소는 2008년 서울의 피아이아르가 12.64(전국은 6.26)로 미국의 뉴욕(7.22), 샌프란시스코(9.09)보다 높다고 발표했고, 국토부는 ‘2008년 주거실태조사’를 근거로 9.7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아이아르 수치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조사기준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의 기준을 중앙값으로 할 것이냐 평균값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3, 5, 8이란 숫자에서 중앙값은 5이지만, 평균값은 5.3입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평균값을, 국토부는 중앙값을 사용했습니다. 주택가격이 일정한 수준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다면 평균값과 중앙값은 유사해지지만, 특정가격대에 주택이 몰려 있게 되면 평균값과 중앙값은 크게 달라집니다. 200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비율은 52.7%인데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평균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균값 피아이아르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토부의 2008년 주거실태조사에서도 서울의 평균값 피아이아르는 10.7로, 중앙값 피아이아르(9.7)보다 높습니다. 표본의 차이도 있습니다. 국토부는 무작위로 3만가구를 뽑은 뒤 그들의 집값과 소득으로, 산은경제연구소는 부동산정보 업체로부터 받은 집값 평균과 통계청의 근로자가구 연소득 평균으로 지수를 산출했습니다.
자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현재 서울의 집값이 높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 거주환경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엔 인간정주권위원회’(UN HABITAT)는 피아이아르 3~5를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절대기준은 없지만, 통상 피아이아르가 10이 넘으면 거품이 끼었다고 평가합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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