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53) 서울인베스트 대표
‘검은 거래 회사 고소’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소액주주 권리 지키기 나서 “코스닥은 물 반, 사기꾼 반이다.” 박윤배(53·사진)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나친 표현임이 분명한데, 그는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걸까? 박 대표는 17일 코스닥에서 퇴출(상장폐지)되는 전자부품 회사인 ㅇ사의 전 대표이사 2명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경제 사건이 으레 그렇듯이 조금 복잡하지만, 실은 단순한 사건이다. 한 해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건실한 회사였던 ㅇ사는 사실상 껍데기 회사였던 ㄱ사를 인수하면서 2008년 6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다. ㄱ사는 ㅇ사가 인수자금으로 갖다바친 돈으로 ㅇ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장악한다. ㅇ사의 원래 대표이사였던 이아무개씨는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200억원을 챙긴다. 건실한 회사였던 ㅇ사의 자금 700억원으로 잔치를 벌인 셈이다. 이로 인해 1000억원에 이르던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60억원으로 추락했고, 결국 상장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폐지가 확정되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32개나 된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다 회사가 어려워진 사례도 있겠지만, ㅇ사처럼 사실상의 사기 사건 때문인 곳도 많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소액주주들이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이 회사의 소액주주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4월 시민단체인 함께하는시민행동으로부터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지키는 싸움에 나서달라는 부탁을 받고 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6억원을 투자해 ㅇ사의 주식을 샀다. 그는 “기업환경은 전통적인 산업시대에서 금융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검찰을 비롯한 주변 환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사기꾼들이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인베스트는 기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전문 회사다. 키코 관련 손실을 공시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에게 400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진성티이씨라는 회사를 상대로 국내 처음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 합의를 이끌어낸 장본인이 바로 그다. 사모 펀드 모집 방식으로 쌍용자동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과의 인연으로 대우그룹 회장실에 들어가면서 기업구조조정 전문가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소버린이라는 투자회사가 에스케이㈜의 주주가치가 새는 걸 막았더니 오히려 주가가 치솟았잖아요. 결과적으로 소버린은 1조2000억원을 벌어서 나갔죠. 저는 한국의 소버린이 되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도 하면서 돈도 벌겠다는 거죠.”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인베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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