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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운임 짬짜미’ 국내외 항공사에 1195억 과징금

등록 2010-05-27 21:59

항공화물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 현황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 유류할증료 인상 ‘카르텔’ 21곳 제재
관련 매출액 6조7천억 달해 “처벌 미흡” 비판
2003년 초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외 17개 항공사의 지점장급 임원들이 서울 서소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한국발 화물운송 노선을 둔 업체들의 대표인 이들은 같은 해 4월16일부터 1㎏당 12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유류할증료란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사의 비용 보전을 명목으로 징수하는 별도 요금이다. 지금은 당연한 요금 항목이지만, 당시엔 법적 근거가 없는 항공사 간 ‘가격 담합(짬짜미)’의 산물이었다.

담합을 맨 처음 주도한 건 대한항공과 루프트한자였다. 두 회사는 이미 2002년 6월께 고객 반발을 줄이면서 항공 운임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유류할증료 적용을 도모했다. 관행상 유류할증료는 할인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후에도 17개사는 2004년 10월, 2005년 7월과 11월 등 여러 차례 할증료를 함께 올렸다. 이들은 각사 영업팀장 모임도 따로 만들어, 두세달을 주기로 정보를 교환하고 가격 인상 폭 등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를 비롯해 항공화물 운임 인상을 담합한 16개국 21개 항공사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195억원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업체별로 보면 대한항공이 487억원으로 과징금 액수가 가장 많다. 이어 아시아나(207억원)와 루프트한자(121억원) 등의 차례다.

한국발 노선은 물론 일본·홍콩·유럽발 노선의 운임에도 각 항공사들은 1999년 12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유류할증료를 새로 도입하거나 인상하는 방식으로 가격 짬짜미를 벌여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대 7년에 걸친 이번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이 약 6조7000억원에 이른다”며 “국내 전체 수출화물 가운데 항공화물이 25%를 차지하는 만큼 국내 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국내에서 적발된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적 카르텔 사건인 동시에 국제적으로 항공화물 운임 담합 사건 가운데 정식 심판절차를 거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사전에 피심인이 죄를 인정하면 적정선에서 과징금 액수를 타협하는 ‘유죄 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사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은 상당수 노선에서 담합을 주도했음에도 자진신고로 외려 과징금을 감경받았다. 이른바 ‘리니언시’로 불리는 자진신고자 감면제에 따라 1순위 신고업체인 루프트한자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고, 2순위 신고업체인 대한항공도 부과액의 절반(약 222억원)만 내면 된다.

두 업체의 감경액을 제외하면 이번 제재 조처로 인한 실질적인 과징금 부과액은 809억원에 그친다. 담합 관련 매출액 대비로도 2%를 밑도는 수준이다. 애초 예상보다 과징금 처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 “다른 나라의 조처와 견줄 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금액”이라며 “국외에서 이미 주요 항공사들이 인정한 여객운임 담합에 대한 조사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같은 사안으로 15개 항공사에 16억달러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나라마다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는 태도다. 김학현 공정위 상임위원은 “현행법상 카르텔 과징금 한도가 관련 매출액의 10%이지만 이 사건은 옛법이 적용돼 최고 한도가 5%”라며 “항공업계 경영적자 등의 사정도 반영된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연 황예랑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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