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일반가정이 은행·카드사 등에 진 빚 합계
일반가정이 은행·카드사 등에 진 빚 합계
최근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움직임 속에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벌써 7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용어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라는 통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우리나라 경제통계를 총괄하는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은 가계부채가 아니라 가계신용이라는 이름으로 분기별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가계신용은 일반가정이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회사(할부금융, 카드) 등으로부터 빌린 돈이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진 빚을 모두 합해 일컫는 말이다.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739조원에 이른다. 개인간의 거래인 사채(私債)는 제외한 수치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나눈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할부로 구입한 금액으로, 3월 말 현재 43조원이며, 나머지 ‘가계대출’은 3월 말 현재 697조원에 이른다.
‘가계대출’은 다시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로 나뉘는데, 3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333조원이나 된다. 이는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것으로, 가계대출의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가계신용보다 좀더 포괄적인 통계로는 ‘개인금융부채’가 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에서 집계하는 이 통계는 가계와 소규모 개인기업, 민간 비영리단체 등을 포괄한다. ‘가계신용’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출(대부업체, 증권사, 자산유동화회사, 리스사)이 포함되는 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3월 말 현재 개인금융부채는 923조원이나 된다. 소규모 개인기업을 이 통계에 포함하는 이유는, 예를 들어 구멍가게의 경우 사업자금과 생활비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비영리단체는 주로 헌금이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종교기관이나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을 말한다.
금융감독원도 가계부채 통계를 갖고 있다. 금감원은 이 통계를 은행 건전성 감독을 위해 참고만 할 뿐, 정식으로 발표하지는 않는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가 모든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금감원은 외국계의 경우 에이치에스비시(HSBC)은행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포괄 범위가 작다.
또 한국은행이 은행의 고유(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을 모두 집계하지만, 금감원은 고유계정만 집계한다. 특정금전신탁과 같은 신탁계정의 경우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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