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수사관들이 13일 오후 태광그룹의 모회사인 서울 장충로 소재 태광산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압수물품을 트럭에 실어 옮기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차명주식 32% 상속신고 안해→태광산업에 18% 팔아 현금화→계열사 저축은행에 차명계좌”
검찰의 칼끝이 재계 40위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1996년 태광산업 창업주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차명으로 관리되던 태광산업 발행주식의 약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그 뒤 약 18%의 지분을 태광산업이 자사주로 매입했고, 이때 현금화한 돈이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의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로 환산하면 20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호진 태광산업 대표이사 회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으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현금화하지 않고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 주식도 발행주식의 14%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말 현재 태광산업 주주명부를 보면, 태광산업 전직 임원과 대리점 사장, 직원 명의 주식이 13만6292주(12.24%)나 된다. 특히 태광산업 본사를 주소로 하는 48명의 주주가 똑같이 158주씩을 갖고 있으며, 13명의 주주가 262주씩을 갖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 회장 특수관계인으로 공시돼 있다.
한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다음해인 1997년에 장남인 고 이식진씨는 태광산업 주식 4만6732주(4.2%)와 대한화섬 6만5708주(4.95%)를 상속했으며,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식을 각각 4.2%와 4.95%씩 물려받았다. 당시 태광산업 주가는 40만8000원, 대한화섬 주가는 7만4000원으로 두 사람이 각각 239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이 회장 일가는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현재 이 회장(15.14%)을 비롯한 일가 10명의 태광산업 지분은 28.75%다.
이 회장이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자산을 자신과 아들 현준(16)군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자회사들로 빼돌리고 있는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아들을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 티알엠(옛 태광리얼코), 한국도서보급 등의 2대주주로 만든 뒤 알짜 계열사의 지분 및 자산을 이들 비상장사에 넘겨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장기업 태광산업의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고, 소액주주들을 대표하는 서울인베스트가 최근 본격적으로 여러 의혹들을 제기한 상황이다.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를 위해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한 정황도 여러곳에서 포착된다. 대표적인 게 골프장 건설 자금 지원이다. 태광산업과 계열사들은 2008년 이 회장 가족이 거느린 기업인 동림관광개발이 강원도 춘천에 건설중인 골프장의 회원권을 골프장이 지어지기도 전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800억원에 가까운 건설자금을 지원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세금 포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죄를 짓는 것이고, 편법 상속을 통해 태광산업의 가치를 이 회장 및 아들의 개인회사로 빼돌리고 있는 것은 명백한 배임”이라며 “이번 기회에 빼돌린 자산을 모두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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