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큐릭스 지분 매입 과정
태광 회장 일가 ‘수백억 시세차익’ 의혹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로 파문을 일으켰던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 사건이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검찰이 밝혀야 할 대목이 더 늘어나게 됐다. 태광그룹이 방송법의 독점 규제 조항을 피하려고 큐릭스 지분을 군인공제회 등에 맡겨 뒀다가 이를 되사는 과정에 수백억원의 이익을 대주주 일가에 넘겨줬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의 편법 상속·증여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9월 태광그룹의 방송법 개정 로비 의혹을 내사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로부터 당시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의 티브로드홀딩스는 방송법 개정 뒤인 2009년 1월 군인공제회 등에 우회 ‘파킹’해뒀던 큐릭스홀딩스 지분 30%(175만6112주)를 1097억원(주당 약 6만2470원)에 되사들였다. 태광 쪽은 매입 주체를 공시하지 않았지만, 이호진 회장과 그 가족이 100%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가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분은 다시 넉달 만인 2009년 5월 티브로드홀딩스에 1384억원(주당 약 7만8810원)에 되팔았다. 티브로드홀딩스가 직접 사도 되는 것을 굳이 비상장 계열사를 거치게 해 287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 방송법 개정 로비 의혹도 태광그룹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는 2006년 큐릭스 인수 추진 당시, 전국 14개 권역에서 케이블방송을 하고 있는 1위 업체였다. 6개 권역을 갖고 있던 큐릭스를 인수할 경우 전국 77개 권역 중 15개(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당시 방송법 제8조 7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다. 이에 따라 태광그룹은 군인공제회 등이 30%의 지분을 먼저 매입하도록 했다. 당시는 씨제이(CJ), 지에스(GS) 등 재벌 소속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대형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태광그룹은 한편으로 방송법 개정을 기다리면서, 큐릭스 지분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군인공제회 등을 통한 우회 인수 전략을 썼다. 태광은 2008년 12월 방송법 개정으로 영업 권역 상한선이 15개에서 25개(전체의 3분의 1)로 높아지자 큐릭스 지분 100%를 공식 인수했다.
2009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의 티브로드-큐릭스 합병 승인 직전 티브로드는 청와대 행정관 및 방통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이른바 ‘성접대’를 하다 <한겨레> 보도로 발각된 바 있다. 당시 태광그룹은 방송법 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시점이었다. 지난 2006년 태광그룹과 ‘바이백 옵션’ 계약을 맺은 군인공제회 내부 자료를 보면, 군인공제회는 2년 이내에 법이 개정돼 태광그룹이 지분을 되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당시 접대를 받은 직원의 사표 수리만으로 사건을 무마했고, 2009년 5월 큐릭스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